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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 총공세에 긴장하는 동해

‘일본해’ 총공세에 긴장하는 ‘동해’

  • 7일부터 모나코에서 5년 만에 개최되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앞두고 정부 내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전 세계가 지도제작 지침서로 사용하는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에서 현행대로 일본해(Sea of Japan) 단독 표기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삭제하거나, 동해(East Sea)와 일본해를 함께 쓸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 IHO 총회에 참가하는 한국대표단은 3일 출정식을 겸한 저녁 모임에서 이 문제가 투표에 부쳐지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총력 공세 펴는 일본

    그동안 일본은 동해 표기 문제에서 방어적인 자세였으나 이번 회의를 앞두고는 입장을 바꿨다. 일본은 지난달까지 전 세계의 저명한 지명(地名) 전문가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서한에서 일본해 표기가 1929년 IHO의 일본해 표기 첫 결정 이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이미 국제사회에서 익숙해진 표기를 삭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전 세계에서 동해 표기를 주장하는 나라는 한국과 북한 두 나라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또 70여 IHO회원국들에게도 일일이 지지를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IHO에 상당액을 기여하고 있음을 내세우며, 일본해 표기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IHO 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 동해가 먼저 표기되고 괄호 안에 일본해가 표기된(점선 안) 세계적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3년 7월호. 조선일보DB
  • ◆정부 대책은 임기응변식

    우리 정부는 1974년 IHO의 ‘바다 명칭 병기 가능’ 결의안을 근거로 ‘동해/일본해’ 동시 표기를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외교력에 부딪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내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업무로 인식되지 못한 채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 포스(대책반)가 만들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제안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제적인 호소력이 떨어져있는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동해 표기 문제를 92년 처음 제기한 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으나, 아직까지는 일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중립선언, 총회가 변수

    이번 총회의 최대 변수는 2002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던 IHO 이사회와 사무국이 중립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IHO 이사회는 당시 우리 입장을 받아들여 일본해 표기를 삭제했으나, 한달 만에 ‘내각 전체를 동원한 일본의 총력외교’(정부 당국자) 때문에 투표를 중단시켰다. 이번에는 이사회가 개입하지 않고 9일 열리는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 위원회에 맡겨져 있는 상태다.

    정부는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거나, 논의 자체를 5년 후의 차기 총회로 미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회원국은 53년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 3판 이후 50년이 지났으므로 이번에 4판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회의 분위기가 일본해 표기 유지 쪽으로 쏠릴 경우 우리에겐 최악(最惡)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키워드>IHO(국제수로기구)

    해양지도 제작 기준 제시 명칭·경계 등 조정기구

    1921년 모나코에 신설된 국제수로국이 확대된 국제기구. 해양의 경계 획정, 해도(海圖) 일원화 등 각국 수로 업무를 조정하고 수로측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우리나라는 57년, 북한은 89년에 가입했다. 영문 명칭은 IHO(International Hy dro graphic Organization)

    2007. 5. 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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