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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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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와 독도분쟁의 ‘존재’ 묵인과 금반언

한.일어업협정 제15조는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하여 “이 협정의 규정이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예: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해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와 동등한 가치와 수준에서 “이 협정의 규정이 어업에 관한 사항 이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예: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을 해하지 않는다”는 해석론과 법률적 주장이 국제법적으로 보장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양립불가능한 주장 내지 입장의 병립을 수용하고 있는 이 조항은 어쨌든 일본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을 ‘국제협정의 틀 내에서 공인’하고,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등가의 가치로 승격시키는 중대한 결과(정책적 실수)를 초래하였다.
 
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에 따라, 즉 일본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혹은 그 법적 가능성)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혹은 그 법적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결과, 다음 4가지 논리가 성립되게 됐다다.
 
첫째, 한국은 “한국의 독도 점유, 지배가 사실일 뿐이며 일본은 이를 국제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묵인하게 됐다(혹은 그러한 일본의 입장을 신 한.일어업협정의 틀 내에서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즉,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단순한 ‘외교적 시비’가 아니라 신 한.일어업협정 틀 내에서 ‘정당한 법적 주장’으로 제기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독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영유권 주장은 - 이 도서에 대해 공동영유(condominium) 제도가 설정되지 않는 한 - 동시에 양립될 수 없는 것인 바, 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에 따라 독도 영유권에 대한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존재함을 노정하게 되었다. 이는 곧 한.일간에 독도분쟁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 같은 ‘법률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 내지 묵인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독도분쟁의 존재 묵시적 인정). 따라서 한국이 독도문제와 관련해서 한.일간에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대한민국의 고유한 영토”이므로 국제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대단히 공허한 것이 되어버렸고, 또 그와 같은 주장은 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와 정면 배치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둘째 논리의 필연적인 결과로서 독도는 이제 ‘영유권 미확정의 도서’로 변화되게 되었다. 종래 신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한국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했고 일본은 다케시마 영유권을 각각 주장했었다. 이것은 ‘사실’의 영역에 속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일 양국이 - 적어도 국제법적 차원에서는 - 동등한 입장에서 독도 영유권을 다투게 되었고, 더욱이 이 점이 신 한.일어업협정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되게 됐다.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서 독도 영유권은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넷째, 독도 영유권이 미확정(혹은 독도가 영유권 미확정의 도서)이라는 사실은 독도영유권에 관하여 장차 언제인가(그 시기는 물론 현 단계에서 확정할 수 없겠지만) 최종적 내지 완전한 해결이 국제법적으로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가 독도분쟁의 사법적 또는 정치적 해결의 단초를 열어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적 상황의 인정, 특히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존재’ 묵인(소극적 묵인 내지 묵시적 인정)은 독도 영유권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이후 한국은 일본에 대하여 독도분쟁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의 분쟁해결 요구에 대하여 성실한 교섭 의무(협의를 통한 합의 채택 의무는 아니다)를 지게 된다. 분쟁이 교섭에 의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일본은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여 국제적 해결을 모색할 수도 있다. 또 유엔 안보리는 독도 영유권문제가 국제법상의 문제라는 점을 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 부탁하여 해결하도록 분쟁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에 권고할 수 있다.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대)

독도본부 제8회 독도위기 학술토론회- <신한일어업협정 폐기와 금반언 효과에 대하여>
200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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