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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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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령 동해에 매장된 천연가스층의 비밀

한국령 동해에 매장된 천연가스층의 비밀

러시아는 알고 있었고
일본은 독도를 노렸다


97년 12월의 겨울 어느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주 「아카뎀 고로독(Akadem Gorodok; 과학단지)」내 러시아과학원 소속 무기화학연구소(Institute of Inorganic Chemistry) 소장실. 이 연구소의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Vladimir Kuznetsov)소장은 한국에서 건너온 한 과학자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소장은 창밖으로 영하 30도를 밑도는 시베리아의 강추위와 허벅지까지 쌓이는 눈밭을 바라보면서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말문을 열었다.

『프로페서 박(Professor Pak), 우리 연구소는 당신의 연구 성과를 인정해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문을 연 지 40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학문적으로 우리와 동반자가 됐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위해 귀국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천연가스 연구와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입니다』

그러면서 쿠즈네초프 교수는 서랍에서 부피가 그리 크지 않은 서류 뭉치를 꺼내더니, 한국의 과학자인 백우현교수(진주 경상대 화학과)에게 건네주었다. 서류를 펼쳐본 백교수는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러시아측이 파악한 전 세계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s;이하 하이드레이트로 통칭)」에 대한 기초 자료였고, 놀랍게도 한국의 동해바다 한 지점에 붉은 색으로 하이드레이트 분포 추정지역임을 분명히 표기하고 있는 지도도 들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하이드레이트. 그러나 에너지 자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만한 21세기의 신에너지자원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화학적으로는 물분자들 내에 메탄분자가 포획된 일종의 셔벗(sherbet)과 같은 결정체인데,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얼음처럼 고체화된 상태를 가리킨다.

화학자인 백교수는 하이드레이트 세계 분포도와 함께 건네받은 또 다른 서류에서 말로만 듣던 러시아산 하이드레이트 결정체에 대한 중요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나지막한 신음을 뱉고 말았다. 그것은 화학자로서도 도전해볼 만한 자극제였다.

90년 9월 한러수교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러시아에 진출, 학자들과 학술적 교류를 맺어온 백교수는 처음으로 러시아측으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물을 받았던 것.

하이드레이트 있으면 천연가스 존재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같은 영구 동토(凍土)지대와 심해저의 퇴적물 또는 퇴적암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하이드레이트는 온도가 매우 낮고 압력이 높은 고압 상태에서 얼음과 비슷한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30년대의 일. 그러나 당시는 원유나 천연가스가 충분했고, 하이드레이트 개발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그러다 최근 석유(원유와 천연가스를 통칭) 등 에너지자원이 고갈되고 있고, 세계각국의 환경보호 정책에 따라 연소시 환경을 오염시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천연가스처럼 95% 이상이 메탄으로 이루어진 하이드레이트는 기존 천연가스의 매장량보다 수십배 많은 데다가, 연소시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인한 공해가 거의 없기 때문.

게다가 하이드레이트는 그 자체가 훌륭한 에너지자원이면서 석유자원이 묻혀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시 자원」이기도 한 특성이 있다. 과기처 산하 한국자원연구소 석유·해저자원연구부 류병재박사의 말.

『바다 밑 석유자원이 묻혀 있는 곳의 지질을 보면 맨 위쪽에 셔벗처럼 얼어붙은 하이드레이트 층이 있고, 그 아래에 천연가스와 원유층이 있다』

말하자면 동해상의 한 지점에 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고 있다면 그 바로 밑에 천연가스나 원유가 있을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탐사자료 상에서 하이드레이트의 부존을 지시하는 BSR의 확인은 석유자원 탐사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자원연구소 허대기 책임연구원은 21세기 에너지로 주목받는 하이드레이트는 그 매장량이 막대한데도 개발 기술이 초보단계여서 전세계적으로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상업적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다른 말로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개발 및 연구는 러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는 뜻. 그 뒤를 이어 미국, 일본, 캐나다 정도가 이 분야에 매달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 러시아측이 한국의 과학자에게 개략적이나마 한국과 관련한 하이드레이트 매장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이듬해인 98년 5월, 백교수는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을 위해 다시 영화 『닥터 지바고』의 무대인 노보시비르스크로 갔다. 백교수는 박사학위증보다는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캐고 싶었다. 사실 자세히 검토해본 결과 쿠즈네초프 소장이 건네준 자료는 감질만 나게 하는 수준이었기 때문.

일본이 독도를 주장하는 이유

그는 학위수여식이 끝난 다음 소장이 좋아하는 유럽산 포도주를 구해 축하 파티를 열었다. 서로 취기가 오르자 백교수가 노골적으로 운을 뗐다.
『전번에 주신 자료는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동해와 관련한 하이드레이트 정보가 너무 개략적입니다. 좀더 자세한 자료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얼굴이 불콰해진 쿠즈네초프 소장이 한참 동안 백교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백교수, 그건 우리 연구소 규칙상 공개할 수 없는 자료입니다. 백교수, 그런데 일본이 동해의 독도 영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지요?』

소장은 그러면서 다른 주제로 말머리를 돌렸으나 백교수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러시아 무기화학연구소는 캐나다, 일본 등과 합작으로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소에는 일본 부근의 하이드레이트 매장에 관한 자료가 축적돼 있을 수밖에 없다, 쿠즈네초프 소장은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는 대신 하이드레이트층이 동해상의 독도를 기준으로 한 지역과 연관돼 있음을 슬쩍 흘려준 것이다.

러시아 학자의 의미심장한 발언은 한마디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본이 한국의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들 땅이라고 우겨온 중요한 이유가 동해상의 풍부한 해양자원 확보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근거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 그것도 당사자가 아닌 제3국에서 자원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은 신빙성을 더해준다.

백교수는 무기화학연구소가 그나마 호의로 건네준 일본의 하이드레이트 개발 위원회 조직표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는 일본정부 산하 일본지질연구소의 오쿠다(Okuda)박사를 주축으로 「하이드레이트 개발을 위한 위원회」가 조직돼 있었으며 구성원으로는 일본 굴지의 석유회사들, 대학 연구소, 탐사 기술팀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이 위원회의 활약으로 일본은 이미 열도 주변에서 하이드레이트층에 대한 매우 축적된 탐사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백교수는 학회 논문발표를 위해 일본으로 간 김에 일본측 하이드레이트 연구팀 접촉에 나섰다. 일본 내에 영향력 있는 지인을 통해 은밀히 그들과 만나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논문 수준 이상의 자료 획득에는 「높은 벽」만 실감한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백교수의 말.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앞선 1989년에 홋카이도(北海島) 서쪽 근해에 하이드레이트가 부존돼 있음을 확인했고, 90년에는 시코쿠(四國) 근해에서 또다시 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고, 이밖에 혼슈(本州)를 비롯해 대여섯 군데서도 하이드레이트를 찾아냈다. 일본측이 추산한 바로는 일본령 내에 매장된 하이드레이트층이 현재 일본에서 쓰이는 천연가스의 100년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년 11월에는 시즈오카현 오마에자키 앞바다(난카이 해구)에서 하이드레이트 시험생산체제에 들어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일본의 친분있는 환경학자로부터 깜짝 놀랄 이야기도 들었다. 일본이 하이드레이트 연구 및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확보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일본 열도의 지반 침하와 관련된 국가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또 무슨 말인가. 환경과학자들의 학술단체인 한국환경과학회 회장이기도 한 백교수의 환경과학적인 풀이는 이렇다.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은 바다 밑에 안정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하이드레이트의 해리(解離)를 야기하고, 해리된 하이드레이트는 그 주성분인 메탄을 대기로 방출해 지구의 온실효과를 더욱 증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더욱 상승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메탄은 연소시 대기를 오염시키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방출하는 대신 대기의 온실 효과 증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기 때문.

또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 하이드레이트가 계속 분출될 경우 지반을 침하시키고 해저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일부 하이드레이트 연구학자들은 미국의 버뮤다 삼각해역에서 발생한 대량의 배 침몰 사건(일명 버뮤다 미스터리)이 하이드레이트 해리에 의한 해저침하 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뜩이나 잦은 지진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이드레이트 연구 및 개발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

고래Ⅴ 천연가스는 「최고급 품질」

백교수가 일본에서 돌아온 지 한 달 후인 지난 7월27일, 산업자원부는 울산 남동쪽 50km 해상의 대륙붕(6―1광구 고래Ⅴ구조)에서 1700억~2000억 입방피트(340만~400만t) 규모의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이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97년 기준)의 4~5개월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금액으로는 7억~8억달러에 이르는 것. 그러나 웬일인지 한국의 모든 언론은 이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버렸다. 아마도 산자부 관계자가 『현재까지 발견된 규모만으로는 통상적인 경제 규모(500만t)에는 약간 못미쳐 경제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면서 한발 뺀 듯한 것이 언론의 보도에 영향을 미쳤던 것같다.
우리나라는 석유(원유 및 천연가스) 한방울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97년 기준 원유 소비량은 전세계 6위(164억달러), 원유 수입량은 세계 4위(22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또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97.8%(1997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달해 70년대 원유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국내산업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던 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있다 보니 국내 대륙붕 탐사에서 가스가 분출될 때마다 「산유국의 꿈」이니 「가스 생산국 진입」이니 하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다가 번번이 좌절한 「전력」이 있다.

국내 대륙붕 탐사 역사에서 국민에게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었던 대표적 경우가 89년과 93년의 가스 사건이다. 1970년 정부가 30만km2에 달하는 대륙붕에 7개 광구를 설정, 해저 탐사를 한 이래 90년의 동해 6―1광구의 가스폭발 분출 사건은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제3의 유류파동을 걱정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잔뜩 희망을 안겨주었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또 93년에는 이번에 천연가스가 발견된 것과 같은 구역인 6―1광구의 고래Ⅰ구조(울산 남동쪽 43km 지점)에서 경제성 있는 천연가스가 발견됐다고 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상공부와 석유개발공사(유개공)는 매장량이 400만~560만t에 이르며, 인근 지층의 소규모 부존층을 합할 경우 모두 1580만t에 달해 경남북 지역의 천연가스 사용량을 20년 정도 댈 수 있다고 했다. 언론도 「유전개발 24년만의 낭보」라면서 석유개발의 부푼 꿈을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그러나 1년 후인 94년에 유개공이 2개 공의 평가시추를 해본 결과 경제성에 미흡한 것으로 판명돼 없던 일로 돌려졌다.

그런데 올해 7월에 개발된 천연가스는 초기 분석자료부터가 이전에 발견된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뛰어남을 보여주는데도 분위기가 너무나 차분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유개공의 국내개발 담당 최병구부장의 말.

『얼마 전 유개공 상부기관인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자료는 천연가스 경제성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에서 예상 매장량만으로만 따진 것이다. 천연가스의 경제성은 매장량 뿐만 아니라 가스분출 압력, 가스 품질, 하루 분출량, 지질구조, 육지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이번에 발견된 천연가스는 여러 항목에서 이전 것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내년의 평가시추에서 더 정확한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병구부장은 고래 V구조의 천연가스는 같은 6―1광구 소속의 고래 I구조(93년)와 비교해보더라도 매우 독특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생산성 시험(DST) 결과에 의하면 가스 분출압력(psi)의 경우 고래Ⅰ이 1300인데 비해 고래Ⅴ는 지금까지 발견된 국내 가스층에서도 최고치인 2000을 기록했다. 분출압력은 높을수록 경제성이 좋다.

또 가스의 품질 및 경제성을 알려주는 지표인, 가스산출시 부산물로 생기는 초경질유(컨덴세이트;액화된 가스)의 경우 고래Ⅰ이 52배럴(일일 산출량)인데 비해 고래Ⅴ의 경우 그 30배가 넘는 1546배럴을 기록했다. 매장량에 관계없이 산출되는 천연가스 양(일일 산출량)도 고래Ⅰ이 300만입방피트에 불과한 반면 고래Ⅴ는 750만입방피트를 기록했다.

최병구 부장은 고래Ⅴ에서 채집한 액화 천연가스를 보여주면서 『무엇보다도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중에서도 매우 질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당장의 경제성 여부를 떠나 질 좋은 천연가스가 발견됐다는 것은 한국이 아직도 질 좋은 석유를 생산할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

밴드 형성하고 있는 천연가스층

기자는 한국석유개발공사가 제공한 국내대륙붕 및 중국과 일본 등 인접국의 석유 발견지점 지도를 보면서 일종의 밴드가 형성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뒷 페이지 지도 참조).
지도를 살펴보자. 중국령 동중국해 분지인 핑후유전(석유 생산 예정지역)에서 출발해 동북방향(대각선)으로 올라가면 롱징유전(석유 발견 지역)이 나오고 여기서 5광구(석유 탐사 실패)를 거쳐 계속 직진하면 6―2광구가 나온다. 네덜란드의 석유회사인 쉘사가 시추한 6―2광구에서는 우리나라 대륙붕 광구 중에서 유일하게 유전의 징후가 확인됐고, 일본은 이 광구와 바로 이웃한 지점 세 군데에서 석유를 발견한 바 있다. 6―2광구에서 계속 동북방향으로 가면 이번에 발견된 고래Ⅴ구조를 포함해 무려 5군데에서 가스가 발견된 6―1광구가 나오는 것이다. 또 6―1 광구에서 독도 밑으로 방향을 조금 꺾으면 일본 서부 연안을 따라서 유전지대가 펼쳐지게 된다.

이 지도를 작성한 유개공측의 최병구부장에게 물었더니 『석유(천연가스 및 원유)가 분출됐거나 징후가 있는 곳이 일직선으로 자원부존지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특별한 연관성이 있는 듯한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가 돼 있지 않아 더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대륙붕 탐사는 그 광활한 면적(30만 km2)과 매우 복잡한 지질 구성에 비해 지금까지 겨우 30개의 시추공을 꽂았을 뿐이다. 이중에서도 12개는 외국석유회사가 시추한 것이고 7개는 외국과 한국의 공동탐사, 나머지 11개가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한국측이 독자적으로 시추한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38만 km2의 대륙붕에서 지금까지 175개의 시추공을 탐사했고, 대만만 하더라도 24만km2의 대륙붕에 무려 126개의 시추공을 꽂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기초지질 자료 획득에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셈.

중국·일본·북한 석유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대륙붕 탐사 연혁이 아주 짧지는 않은데도 외국석유회사가 상업적 개념 위주로 시추했기 때문에 국내 대륙붕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초 지질자료를 포괄적으로 얻을 수 없었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외국 석유회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석유탐사 전문가도 있다.
『과거의 석유 탐사는 매우 형식적이었다. 우리가 우리 바다에 대한 지질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탐사 기술을 가진 외국 석유회사에 전적으로 맡겼다는 점이다. 당시 외국계 회사가 국내에 석유를 팔려면 의무적으로 한반도 대륙붕에서 석유를 탐사해야 하는 단서가 붙어 있었는데, 일부 외국계 회사는 체계적인 조사없이 적당한 곳에 시추공을 박아 석유를 찾는 척 시늉만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및 중국에서는 석유가 나온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아직까지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어쨌든 한국의 동해상에는 분명히 가스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게 최병구 부장의 말. 이것은 남한만이 아닌, 최근에 확보된 북한 동해상의 석유지질학 정보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최부장이 지칭한 북한측 자료는 북한 원유공업부의 1차자료를 토대로 북한 원유개발과 관련한 대외창구인 페트릭사에서 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동룡박사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보고서. 이 자료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북한 석유의 실체에 대한 북한측 공식자료를 인용해 작성한 최초의 대외용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북한 원유공업부는 서해안의 서한만 일대에서 원유를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동해안의 원산 앞 동한만 분지(원유 및 가스 징후)와 길주분지(원유 징후)에서 석유자원을 발견했다는 것.

최동룡박사는 특히 ▲동한만 시추 결과 이곳의 지질이 석유 생성에 매우 유리한 구조이며 ▲나아가 이 지질 구조는 동해의 심해분지(서일본 분지)의 지질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고 ▲러시아 극동 해양에서 나온 정보들을 고려해볼 때 일본분지 깊숙이까지도 존재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쉽게 풀이해보자. 남북한을 합해 우리나라의 지질은 독도를 중심으로 그 북쪽의 북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석유 부존 가능성이 매우 짙으면서 일본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그 남쪽의 남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독도 아래쪽 6―1광구에서 일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기자는 유개공측이 작성한 지도를 경상대 백우현 교수가 입수한, 러시아의 하이드레이트 분포도와 비교해보는 동안 놀랄만한 일치성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하이드레이트 세계 분포도 참조). 하이드레이트가 동해상과 일본 열도를 거쳐 저 멀리 캐나다까지 뻗쳐가면서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유개공의 석유 부존지대와 겹쳐지는 것이었다. 기자는 백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러시아 무기화학연구소 쿠즈네초프 교수의 견해를 듣고 싶다고 요청했다. 백교수는 지체없이 연락을 취했다.

『한국의 동해상에서 최근 천연가스가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한국 및 일본과 중국의 천연가스 분포도를 보면 일종의 밴드가 형성돼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것이 하이드레이트 분포도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하이드레이트와 천연가스의 일치

쿠즈네초프 교수의 답변.
『우리 연구소는 캐나다 및 일본과 공동으로 하이드레이트 지대를 연구한 결과 캐나다 북쪽의 비포트해(海),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 일대, 오호츠크해와 일본 열도 근해에서 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동남지역 바다에서도 하이드레이트 추정지대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밴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단서는 한국이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전세계 하이드레이트 분포층 탐사에서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이어줄 중요한 곳 중 하나입니다. 하이드레이트 분포는 또 바로 밑으로 석유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백교수가 말씀하신 것처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이 부디 인류 미래의 에너지가 될 하이드레이트 탐사에 참여했으면 좋겠군요』

백교수는 그제서야 쿠즈네초프 소장이 제공한 하이드레이트 정보가 단순히 개인에게 제공한 귀국선물만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는 러시아로서도 하이드레이트 분포를 추적하려면 그 위치상 한국의 동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를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연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자원연구소는 현재 물리탐사선인 「탐해2호」를 동해상에 띄워 하이드레이트 탐사와 부존 조건 구명을 위해 기초적인 자료 수집을 하고 있는 단계다. 이는 이웃 일본이 하이드레이트 연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데서 자극받은 것. 하이드레이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자원연구소 류병재박사의 말.

『한국의 석유개발은 이제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하이드레이트의 경우 탐사자료가 전무한 상태다. 이제 겨우 탐해2호를 통해 수심 약 300m 이하에서 발달된 퇴적층에서는 하이드레이트가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밝혀졌을 뿐이다. 하이드레이트 연구가 중요한데도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의 동해와 지층이 비슷한 일본에서 하이드레이트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일본과 공동 연구를 하려고 예산을 요청했으나, 그것도 IMF 상황 때문에 어렵게 돼버렸다』

한편 한국의 하이드레이트 연구와 관련해 경상대 백교수는 매우 흥미있는 발언을 한다.

『얼마 전에 한보가 설립한 동아시아가스(주)가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의 루시아석유회사 주식 대부분을 영국의 석유회사에 팔아먹은 사건이 있었다. 루시아사는 확인 매장량이 6억t에 이르는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권과 유전 매장량이 세계 최대규모인 베르네촘스크 개발권을 가진 회사다. 한국측이 루시아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면 러시아측이 보유한 하이드레이트 관련 정보까지 부수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내가 아는 러시아 지인들도 한국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무척 안타까워했다』

자원 팔아먹은 한보의 배신

백교수가 말한 한보 사건은 한보 정태수 전총회장의 4남인 한근씨가 불법적으로 루시아사의 주식을 영국회사에 팔아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영국의 한 교포과학자가 알아채고 한국에 알려줘 검찰이 적발한 것을 말한다.
백교수에 의하면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한국과 영국만 사업권을 갖고 있었으며, 1%의 지분도 없는 일본 중국 심지어 북한까지도 탐내는 사업이었다는 것. 특히 하이드레이트와 관련해서는 자료 공개를 꺼리는 일본을 물리치고 하이드레이트 연구개발 기술 획득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백교수의 말.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정부나 기업 어느 누구도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 기술에 대해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러시아를 후진국으로만 알고 경시하면서 그들의 기초과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수년간 러시아를 드나들면서 깨달은 것은 러시아 과학자들은 자신들에게 확신이 섰을 때만 자료를 공개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나에게 하이드레이트 자료를 건넸을 때는 그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해 국내의 인식이 아직 일천하다는 상징적인 대목도 있다. 루시아사 주식을 팔아먹은 정한근씨에게 담당 검사가 물었다.

『국내 회사에 팔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텐데 하필이면 외국회사에 팔았는가?』

그러자 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국내 회사는 자산은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고 값만 깎으려고 해서 영국회사로 넘겨버렸다』

그 영국은 진정으로 에너지자원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나라다. 현재 우리나라가 IMF체제로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영국도 70년대 중반에 IMF 관리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본격적인 북해 유전 개발로 석유가 생산되면서 IMF체제 조기 졸업에 밑거름을 삼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국내 대륙붕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개발되면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터인데….

1998.9. 안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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