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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Z 협상보다 어업협정을 바로 잡는 것이 먼저다

1999년 1월 발효한 신 한일어업협정이 독도 영유권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재 우리 사회에선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있다. 논쟁의 핵심은 어업문제와 영유권문제가 별개인가 아닌가 하는 점에 있다.

한 쪽에선 양자는 별개라고 주장한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양자는 본질상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별개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일어업협정이 잘못 규정되어 최악의 협상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어업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은 4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중간수역을 만들지 않고 또 어업과 독도영유권 문제를 확실하게 분리함으로써 영유권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 둘째, 중간수역을 최소화해 독도 밖에다 이 수역을 만들고, 어업과 영유권문제를 확실하게 분리(그 결과 독도영유권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 셋째, 독도 주변에 중간수역을 설치하되, 어업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확실하게 분리하는 방안, 넷째, 독도주변에 중간수역을 설치하는 데다가, 어업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분리시키지 못함으로써 독도영유권 문제를 결정적으로 훼손한 방안 등. 신 한일어업협정은 바로 네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다.

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는 배제조항(또는 분리조항)이라는 것인데, 우리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어업문제와 영유권문제를 확실하게 분리시키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한중어업협정이나 일중어업협정에 명기된 배제조항 방식을 따라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중대한 외교적 실책이었다. 

한 마디로 신 한일어업협정 제15조로 인해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고 있지만 않을 뿐, 그들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법적 가치면에서 동등성을 갖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독도 영유권문제에 관하여 양립불가능한 정반대의 두 가지 해석을 모두 가능케 하는 규정이 들어감에 따라 ‘분쟁의 존재’를 묵인하는 효과마저 발생시켰다. 여기에 힘입어 협정 체결후 일본이 기세등등하게 우리 땅 독도를 넘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한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기점을 울릉도에서 독도로 바꾸어 EEZ 경계획정 협상을 하는 것만으론 문제상황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 한일어업협정이 현행대로 존재하는 한, 소위 금반언(禁反言)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조약의 쌍무적 효과로 인하여 어업협정의 틀 내에선 예전처럼 일본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을 일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독도는 한일어업협정상의 중간수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배제조항에 의해 독도의 기존 법적 현상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먼저 분명히 하는 해석협정을 체결 한 후에 EEZ 경계협상을 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어렵다면 어업협정을 전면 폐기하고, 독도 기점의 EEZ를 선포한 다음 백시당태에서 다시 EEZ 경계획정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둔 채 일본과 EEZ 경계획정을 한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무의미하며, 현실적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2006.6.12   제 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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