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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의 발언으로 살펴보는 독도 영유권 위기

다 아시겠지만 버시바우는 한국 주재 미국대사입니다. 대사는 그를 보낸 나라의 공식 대표이며 따라서 대사의 공식 발언은 그 국가의 공식 의사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독도에 관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의사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2006년 1월 4일 버시바우 대사는 한미협회에서 독도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받고 “한국과 일본 모두 독도 영유권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 미국은 현 상황을 법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받아 들인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1-2개 신문의 1단짜리 기사 정도의 주목 밖에 받지 못하였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발언입니다. 한국 언론과 사회가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독도 영유권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2006년 4월 28일 이화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강의한 후 역시 독도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문제는 이름인데 나는 독도라고도, 다께시마라고도 부를 수 없다. 리앙꾸르 락스라고 부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독도문제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을 매우 솔직하게 전해주는 말이며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기도 합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다시 정리하면 <한국과 일본은 모두 독도에 대하여 법적으로 유효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독도가 한국이나 일본 어느 한 나라의 영토라고 인정할 수 없다. 둘 다 법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대략 이런 정도의 발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견해가 미국 단독의 견해가 아니고 국제사회의 일반적 의견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이런 국제사회의 일반적 인식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미국이 독도에 대하여 한국과 일본이 법적으로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한 발언일까요?
한 국가의 지배 아래 있는 영토에 다른 국가가 도전하면 분쟁은 불가피하게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대응하건 아니건 관계없이 분쟁은 자동으로 성립됩니다. 영토를 두고 서로 다투는, 분쟁중인 국가의 영유권 귀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 나라 사이에 가장 최근에 맺은 조약이라는 것을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하였습니다. 신한일어업협정은 독도 영유권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이 가장 최근에 맺은 조약입니다. 때문에 독도 영유권 귀속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신한일어업협정 본문 15조는 <이 협정의 어떤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이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란 독도가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를 규정하는 영유권 문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각 체약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말합니다. 이 구절을 다시 정리하면<독도 영유권 문제에 관하여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이렇게 직설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더 짧고 쉽게 바꾸면 <한국의 독도 주장과 일본의 다께시마 주장을 모두 인정하고 존중한다>로 됩니다. 이제 이해가 되지요. 한국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한국의 영유권을 보장받았다고 우기는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만 이 조약은 두 나라가 체결한 쌍무조약이므로 일본도 한국과 꼭같은 주장을 해도 법적으로는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기본 양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독도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다께시마도 꼭 같은 권리가 보장되었습니다. 독도임과 동시에 다께시마가 되었으므로 독도 영해가 보장되었다면 다께시마 영해도 보장되었습니다.     

참고로 신한일어업협정에는 독도라는 이름도, 그 위치도, 독도에 관한 어떤 것도 표현된 바가 없습니다. 없는 존재가 된거지요. 없 는 존재를 근거로 권리를 보장 받았다고 한국 정부는 우기지만 한국이 권리를 보장받았다고 우기면 일본도 꼭 같은 정도로 우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국내법을 근거로 내세우면 되겠지만 마찬가지로 일본도 국내법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국제법이 국내법에 우선 한다는 것은 상식이니 국가와 국가 사이의 분쟁을 국내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세계가 웃을 것입니다.

영토는 반드시 한 나라에 귀속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약규정상 독도에 대한 권리가 같으므로 어느 국가의 영토도 아닙니다. 그러니 아직 귀속이 정해지지 않고 서로 다투는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분쟁지가 된 겁니다. 분쟁지이니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면 국제법상 틀린 주장이 됩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 조약의 효력을 두고 본안 판결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에서 무어라고 판결을 했건 그건 대한민국의 국내적 조치이므로 이 조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 평론가나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일본이 분쟁지화에 성공했다고 무슨 거창한 법칙이라도 내세우는 양 아는 척을 하지만 법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평론의 위험성을 이제 충분히 알았으리라 봅니다. 
이 조약은 대한민국이 동의했기 때문에 성립된 것입니다. 신한일어업협정에는 이 15조 외에도 독도의 권리를 파괴한 다른 조항들이 여럿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보다 더 상위의 권능을 행사하는 공동위원회 구성에 관한 구절도 있고 일본의 법적 권능이 미치는 잠정수역 설정에 관한 구절도 있습니다. 참고로 잠정수역은 영유권 귀속문제가 결정되지 않은 분쟁상태의 수역에 설치되는 장치입니다. 우리 스스로 독도의 분쟁상태를 2중, 3중으로 공인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침탈을 막을 법적 장치가 없습니다. 독도의 지금 상태는 이렇게 위험합니다. 우리 영토가 아닌 상태로 만들어 놓고는 권리를 지키겠다고 나서니 정말 우스운 사태가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신한일어업협정을 그냥 두고는 절대로 독도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니 먼저 신한일어업협정부터 폐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정치적인 흐름에서만 평가해 왔지만 본질적인 것은 법적 내용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해석도 법적 원리를 함부로 뛰어넘지 못합니다. 문제를 삼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법적 논리가 반드시 작동합니다. 독도의 국제법적 상황에 대하여 버시바우가 보낸 경고를 우리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 신한일어업협정에 대하여 독도본부에서 법적 차원에서 접근한 수십편의 세세한 분석 논문을 만들어 공개하였지만 읽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만큼 영토와 주권문제에 대한 인식이 우리사회에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일본은 전문가가 많고 정부가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준비도 없고 개념도 없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에서 정략과 무식을 무기로 우김질과 말싸움 실력으로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결과는 묻지 않아도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국제법상 묵인(acquiescence)이라는 항목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독도 위기와 관련해서 자칭 전문가건 아니건 묵인이 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국제법 교과서에 그 낱말만 등장할 뿐 한국에서 아직 한번도 다루어지지 않은 개념이기도 합니다.

묵인에 관한 기본원리 3가지만 언급 하겠습니다. 묵인(黙認: acquiescence)이란 경쟁국가의 도전적 행동이나 주장들에 대해서 당연히 기대되는 항변이나 대립된 주장 또는 적어도 권리의 유보와 같은 대응조치를 하지 않고 수동적인 태도나 침묵 또는 부작위(不作爲)를 견지함으로써 경쟁국가의 행위가 반비례하여 오히려 법적인 효능 즉 기속력(羈束力)을 갖게 만드는 일체의 행위를 국제법상의 용어로 묵인이라고 합니다.
묵인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된 것은 1951년 영국과 노르웨이 사이에 직선기선 문제를 둘러싼 장기간의 분쟁을 1951년에 국제사법재판소가 판결로서 해결한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이 재판 판결문에서 묵인에 관해 세가지 요건이 제시 되었습니다.

    첫째로. 경쟁국가의 도전적인 행동이나 주장들은 명백하게 국제법상의 권리에 관한 것(=영유권)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적인 행동과 주장들의 의미에 대해서 상대방 국가가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대항적 주장의 公然性:notoriety of claims)이 갖추어져야 한다.
   둘째로. 묵인행위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경쟁국가의 이러한 도전적 주장에 의해서 그 법적인 권리나 국가적 이해가 영향을 받게 되는 상대방 국가가 당연히 기대되는 항변이나 대립된 주장을 하지 않고 침묵이나 부작위로 대응하는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不作爲의 持續: prolonged abstention)되어야 한다.
   셋째로. 경쟁국가의 도전적인 행동이나 주장들은 제3국이나 국제사회 일반으로부터 명시적으로 거부되지 않아야 한다.(國際社會의 一般的 承認: a general toleration of the claims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묵인조항에 걸려 영토를 넘겨준 사례는 많습니다.  묵인에 관해 가장 극적인 면모를 보여준 판례는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판결한,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영유권 분쟁사건입니다.
 
본래 태국 영토였지만 잘못 그려진 국경선을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국경수비대를 주둔시켜(12년간) 영토를 다시 찾으려던 태국과 잘못 그려진 지도에 들어 있는 영토를 차지하려던 캄보디아 사이의 분쟁사건에 대하여 국제사법재판소는 판결하기를    

"Siam정부는 지도의 착오에 대하여 항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착오를 발견한 그 당시 즉시, 또는 그 이후 수년 동안 이런 항의를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들은 잘못된 지도의 내용을 묵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에 대항하여 태국은 Preah Vihear사원에 대한 그들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 태국이 당시에는 명시적인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착오를 발견한 이래 오랜 기간동안 실질적으로 태국이 국경수비대를 주둔시켜 이 사원을 점유하고 있었으며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태국 하급기관의 이러한 실질적인 점유는 국가적 권한 행사의 대외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법원은 12년여를 주둔하고 있던 태국의 국경수비대와 민간인들이 Preah Vihear사원에서 즉시 철거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독도에 경찰이 주둔하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무조건 우리 영토라고 우기는 많은 분들이 정말 다시 보아야 할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입니다.

또다른 사례로 바로 위의 묵인에 관한 국제법적 원칙이 제시된 영국과 노르웨이 사이의 분쟁입니다. 직선기선 주장과 시행에 관하여 노르웨이 정부는 영토에 따른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집요하고 철저하게 일관된 노력을 하였고 영국이 이에 충분히 공식적으로 항의하지 않았으므로 국제사법재판소는 <영국은 노르웨이의 행위를 묵인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당시까지의 기준으로 볼 때 국제법 위반이라고도 볼 수 있는 노르웨이의 일방적인 직선기선 설정 행위를 주권수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영국은 아무 말 못하고 노르웨이 해역에서 철수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 국제사회에 직선기선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사례에서 보여 주듯이 국제법에 위배되더라도 자기 영토와 거기에 따른 모든 권리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영유의지야말로 영토 보존의 결정적인 무기이며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동부 그린랜드 영유권 분쟁도 한 사례입니다. 동부 그린랜드의 영유권을 두고 덴마크는 주권적 사항에 관한 사항을 국제사회에 인식 시키는데 집요하게 노력 하였습니다. 노르웨이는 이런 덴마크의 집요하고 철저한 노력에 따르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린 다른 문제에 대해 덴마크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어떤 명분으로도 다른 국가와 흥정을 벌이거나 넘길 수 없도록 되어있는 영토문제(그린랜드 문제)를 두고 덴마크와 협상하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덴마크의 주장을 묵인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노르웨이는 이 때문에 그린랜드 영유권 분쟁에서 패하게 됩니다. 묵인이 얼마나 무서운 조항인지를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 뒤에 바로 금반언까지 따라 붙으니.

우리가 취해온 독도문제에 관한 정부 정책이 바로 위의 3가지 국제법 원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한번 살펴 보십시오. 아마 우리처럼 위의 기준에 딱 들어맞는 경우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습니까. 세계가 존중하는 법적 권능을 무시할 힘도 없으면서 국제법의 기준 자체도 모른 채 정치논리와 정치적 편의로만 영토 문제를 대해오지는 않았습니까. 

우리는 그동안 무시외교, 무대응외교, 조용한 외교, 분쟁지 회피전략 등 여러 이름을 부치며 엄청난 묵인을 저질러 왔는데 아직도 이런 주장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묵인에 저촉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정말 독도가 위태로운 겁니다.

신한일어업협정 체결은 우리가 일본의 영토 주장을 국제법상 승인한 행위로 간주됩니다. 아무리 유리하게 생각해도 묵인항목에 저촉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장해온 무시전략, 무대응, 조용한 외교, 분쟁지화 회피전략은 묵인을 저지르게 만드는 일본의 책략이란 점도 지난 번에 지적했습니다. 묵인을 저지르면 금반언(禁反言, estoppel)에 걸립니다. 금반언이란 나중에 입장을 바꾸어 적극 대응해도 이미 잘못 한 말이나 행위, 침묵의 법적 효력은 변경된 대응과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국제법상의 영토 귀속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제 정치소설과 영토문제는 다르다는 것을 깨우쳐야 합니다. 독도문제는 정치문제이기 보다 영토  귀속 문제입니다. 정치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더 중요하고 세부적인 문제라는 말입니다. 법 분야에서 본다면 독도문제는 국제법 중에서도 해양법 영역이며 해양영토분쟁 문제입니다.

한국에 해양법 학자가 없다시피 한 실정이고 국제법이란 일반적인 지식만으로는 해양법, 그 중에서도 해양영토분쟁, 거기에서도 전문적인 연구를 한참 해야 하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오랜 기간 분쟁상태로 있는 독도문제를 다루기는 불가능합니다. 모르니 아무 구절이나 가져다 들이대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사태, 반풍수 집안 망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TV토론이나 신문 칼럼에 나오는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독도에 대한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법리에 맞지 않는 엉터리 구절을 가져다가 대단한 법리인 양 아는 척 떠드는 거지요. 이런 비극에 대처하기 위하여 자세한 기준을 알려 드리는 겁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실효적 지배와 배타성의 원칙에 대하여 이야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겸허한 마음으로 영토위기를 살펴봅시다. 

김봉우(독도본부 의장) 2006.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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