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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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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의 '동해'인식

외교통상부의 '동해'인식


지난해 우리 외교사에서 명예롭지 못한 기록이 있다면 단연 동해명칭문제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우리 정부가 제안한 "동해/일본해" 병기(倂記)문제다. 이 제안은 한때 국제사회에서 수용되는 듯했지만 일본의 적극적인 저지외교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병기를 위한 논리적인 무장은 물론이고 치밀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했던 탓이다. 일본이 거의 100여년간을 '일본해'로 지배해 왔던 동해명칭을 어설픈 논리와 준비로 양보를 기대한 자체가 순진한 일이고 무모한 시도였던 셈이다.

"일본, '일본해' 단독표기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

 이러한 인식은 한일양국의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와 외무성의 활약상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은 병기저지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일본해 호칭의 역사적 정당성과 지리적 타당성을 홍보하면서 '일본해'의 단독 표기유지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8월에 외무성 웹사이트에 '일본해호칭문제'를 개설했는가 하면 이를 팜프렛으로 제작해 국제수로기구(IHO)는 물론이고, 각종 국제회의와 각국의 외교 당국, 지도 회사, 매스컴 등에 배포해 일본의 주장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있다. 특히 팜프렛은 영문판을 비롯해 불어, 스페인어, 아라비아어, 한국어 등 다국어로 번역하여 세계 각국의 국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외무성은 각국의 시판 지도와 교과서를 조사하여 병기나 '동해' 단독표기로 된 지도를 발견하면 즉시 이해를 구하고 수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정부와 민간인의 노력으로 '동해' 표기가 들어간 지도가 종종 발간되는 데, 이를 시정하기 위해 현지 주재외교관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노력이 오류와 왜곡으로 가득 채워진 웹사이트와 팜프렛이 국제사회에서 호응을 얻고 신뢰를 받고 있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 외교당국의 대응은 '동해이름찾기'나 다름없는 무력한 활동이 고작이다.
 최근에야 외교통상부는 웹사이트에 '동해명칭'을 개설했다. 그나마 일본의 것을 모방한 것으로 의심이 들만큼 독창성과 세련미가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동해명칭을 홍보하기 위한 사이트가 '동해'와는 별개의 고지도를 잔뜩 올려놓고 '동해'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이트에 제시된 고지도가 총15점인데, '동해'로 표기된 고지도가 고작 2점에 불과하다. 그나마 우리나라 고지도가 1점이 있어 순수 외국 고지도는 1점뿐이다. 나머지 11점은 '조선해(Sea of Corea)' 표기 지도이며 2점은 '동양해'를 표기한 지도다. 

그런 만큼 논리전개는 궁색해 질 수 밖에 없다. 정작 16∼19세기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조선해" 표기를 동해의 명칭으로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의 해명처럼, 동해가 한국과 일본, 러시아 등이 인접한 해역이므로 어느 일방의 국호를 따라서 명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호 표기인 '일본해'를 수용하여 병기를 요청하는 논리모순을 자초하고 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해도 자주성도 없고 당당하지도 못한 외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조선해(Sea of Corea)' 로 표기된 지도를 제시하고 '동해(East Sea)'를 홍보하고 있으니 국제사회를 설득하기는 커녕 자칫 조롱거리로 전락될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동양해(Oriental Sea, Ocean) 표기 지도를 '동해'의 근거로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는 참이다. 미국 남가주대나 영국 국립도서관, 캠브리지대학 등의 소장 고지도에서 확인되듯,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지도가 '조선해(Sea of Corea)'로 표기되었음을 감안하면, 굳이 방위개념의 명칭인 '동해'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정부, '동해' 명칭홍보하면서 엉뚱한 자료로 근거제시"

 문제는 자국의 인식기준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인식이 중요하다. 동해문제처럼 상대가 뚜렷이 있는 사안은 국제사회가 명분있게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논리개발이 우선 돼야한다. 다름아닌 '동해'처럼 엉뚱한 자료로 억지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근거가 뚜렷한 자료로 세계가 수긍하는 논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미 '조선해'가 '일본해'를 능가하는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음은 고지도를 통해 확인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외교통상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불보듯 자명하다.

2003.8.28. 중부일보  조  창  용(칼럼니스트/인천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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