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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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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보다 조선해로

동해보다 조선해로

세계 바다의 표준이름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같이 쓰자는 안이 투표 진행 도중에 철회되었다고 한다. 국제 관례상 있을수 없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국가인데 한국정부가 이를 예상 못했다면 참으로 일본을 잘못 본 것이며 책임있는 복무 자세가 아니다.

이제 정부는 기존의 관성대로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문제의 뿌리가 무엇인지 다시 짚어보고 과연 정부가 타당한 목표와 방식을 선택했는지 반성해 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우리는 정부의 기존 사업기조에 몇가지 지적을 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서 승산있는 국제사업을 진행 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동해의 원래 이름은 조선해이다. 물론 동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정규 이름은 어디까지나 조선해였으며 일본문헌도 중국문헌도 모두 조선해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별명으로 개똥이 소똥이 하더라도 고유한 이름은 이름대로 있는 법이고 공식석상에서는 어디까지나 고유한 이름만이 유효한 것이지 별명을 이름으로 쓸수는 없는 법이다. 조선해는 일본의 지도뿐만 아니라 각종 문헌 기록에 두루 쓰였던 이름이다.


최근에 남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구에서 발간된 17-18세기 대부분의 지도에 이미 Sea of Corea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당시로서는 조선해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따라서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단연 조선해가 동해의 공식 이름으로 인정받을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조선해 외에도 동해를 비롯하여 몇가지 더 쓰이던 이름이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 사이에 공인된 이름은 어디까지나 조선해이다. 일본이 1900년대로 진입하면서 제국주의적 침략의 대상으로 조선을 지목하면서 바다이름도 일본해로 바꾸어 버렸지만 1800년대 후반까지도 조선해는 동해의 공식이름이었고 일본 본토가 태평양과 만나는 바다를 '대일본해'라고 부르고 태평양은 대동양(大東洋)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명치유신 이후에 일본이 서구 문물을 받아 들이고 세계 지리정보를 충분히 접한 이후에 일본에서 발간된 지도들에서도 그렇게 쓰여지고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왜 공인된 이름을 버리고 별칭을 사용하여 스스로 족쇄를 자초하는가. 역사적으로 일본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용했던 조선해를 놓고 일본과 공동으로 동해바다 이름 학술 행사를 한다면 일본은 두 말 못하고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인정하고 이미 써왔던 이름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를 외면하고 계속 일본해를 주장한다면 국수주의, 제국주의로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탄을 스스로 끌어 오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문제는 동해라는 이름은 단순한 방위 이름이다. 우리가 동해라고 주장하면 일본은 서해가 될것이고 우리가 서해라고 부르면 중국은 동해가 될 것이다. 이런 식이면 세계의 바다이름을 정할 수가 없다. 모든 국가가 자기중심으로 방향을 정할 것은 당연한데 동쪽을 서쪽이라 부를수도 없는 일이고 남쪽을 북쪽이라 부를수도 없는 것이다. 하나의 바다를 놓고 이름이 적으면 2개이고 많으면 몇십개까지 붙을수 있으며 모두 방위상의 정당성을 가지는 것이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다음으로 같은 이름이 이 지구상에 몇백개이상 등장할수 있으니 어느 동해가 진짜 동해가 될것인가. 필리핀 동해, 말레이시아 동해, 아르헨티나 동해, 아일랜드 동해, 인도 동해...바다가 있는 모든 국가가 모두 동해라는 이름을 부칠수 있으니 그 혼란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 동해만 진짜 동해고 나머지는 가짜 동해라고 할 것인가. 때문에 나라이름, 바다 이름, 산 이름, 마을 이름등 이름을 방위로만 짓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위로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어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삼는다는 사고방식이 이미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곁가지로 내몰린 국가나 지역, 마을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설 것은 묻지 않아도 알수 있다. 일본의 곁다리로 식민지로 살아왔고 그전에는 중국의 주변부로 살았고 지금은 미국과 구라파의 변방으로 존재하는 슬픈 역정 속에 있는 우리가 이런 사상을 계속 주장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제국주의 졸개로 자처하는 것이니 이런 경향은 적극 피해야 한다.

이름은 그 바다, 그 산, 그 마을, 그 나라의 이지구상 아니 우주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존재의 값과 고유성을 나타내는 것이니 동쪽이니 서쪽이니 하는 무언가 중심부의 변경이 되는, 세상에 아무나 지을수 있는 흔해빠진 이름이 아니라 아무도 다른 사람이 부르지 않는 고유한 이름을 부르고 또 지어야 한다. 어쩔수 없이 방위가 들어갈 때에는 다른 무엇을 붙여서 고유성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 세계를 주도하는 문자는 로마자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불란서어등 서구 문화권 전체가 쓰는 문자와 언어는 같은 뿌리에서 왔기 때문에 서로 사이에 공통성이 매우 큰데 국제사회에서 주로 쓰이는 것은 거의 서구 글자이다. 세계라는 차원에서 로마자로 표기될 때 조선해와 동해는 우리말로 쓰고 부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참으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영어로 표시할 때 조선해는 korea Sea이고 동해는 East Sea이다. 우리가 신출귀몰한 지략과 용기를 내어 국제기구에서 동해라고 쓰기로 되었다 해도 우리가 노렸던 효과는 오지 않는다. East Sea를 보고 Korea를 연상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Japan Sea와 Japan은 바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이름을 선택해야 하는가. 노력해서 아무런 소득이 없을 일을 무엇하러 하는가.

다른 하나는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동해가 일본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불려 왔고 오래전부터 그 이름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이라면 우리는 즐겁지 않더라도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사물과 인간을 대하는 바른 태도이다. 우리가 조선해를 주장하는 것은 일본이 싫어서가 아니라 동해바다의 공인된 이름이 옛적부터 조선해였기 때문에 바른 이름을 쓰자는 것이다. 조선은 근대에 이성계가 이룩한 조선왕조도 있지만 이미 5000년전에 세워졌던 조선이 있다. 앞의 우리 시조나라를 옛(고)조선이라고 구분하여 부르지만 전 동아시아를 아우르며 몇천년간 이어간 조선이라는 나라와 그 이름과 위력이 어찌 동양사회에 낯선 이름이겠는가.

근대에 이르러 일본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산과 강과 마을과 사람의 이름이 모두 낯설게 바뀌었다. 말과 이름과 성마저 빼앗기는 식민지배를 당한 것이다. 그 식민유산의 여러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아 우리를 비웃고 있다. 조선해도 그 흔적중 하나이다. 우리 뿌리를 이루는 조선이라는 이름은 신화로 처리되어 형체 없는 연기처럼 취급당하고 최근까지 우리가 보듬고 살아왔던 조선은 국가 자격도 없는 집단으로 멸시 당하여 우리가 조선이라는 이름을 피하려고 한다. 우리 스스로 식민성을 보배처럼 지켜가는 못난 자화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Japan Sea로 되느냐 Korea Sea로 되느냐에 따라 독도와 동해바다의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다이름 그자체가 영토의 소속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동해바다 조선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에 직간접의 영향이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은 대립하고 있는데 독도 영유권과 바다권리 확보에 아무런 도움이 안될 이름을 짓는 일을 피하고 좋은 영향을 미칠 이름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는 분명한 충고를 해야 한다. 제국주의 침략사상에 젖어서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엄청난 살륙, 파괴, 약탈, 말살을 일삼았던 그시절에 침략을 위해 만들어낸 잘못된 이름을 깨끗이 버리고 일본 자신이 인정하고 써왔던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것을.

최근 극심한 동족간의 대립 속에서 문제의 뿌리를 잘못 알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북한 이름에 붙어있는 조선이라는 낱말에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조선해로 이름 지으면 북한에 유리하다는 그 소아적 단견 때문에 결국 동해주장이 등장한 것 아닌가. 그러나 조선은 먼 옛날부터 근세까지 우리가 항상 쓰던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제 냉전을 빙자한 외세의 간섭도 차츰 물리쳐야 할 때가 오고 있으니 우리도 의연한 자세로 보다 주체적인 민족의식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반공의 선봉장 조선일보는 괜찮은데 왜 조선해는 안된단 말인가. 이야말로 편파적인 사고 아닌가.

그동안 잘못된 정책을 세우고 무리하게 집행하니 국력만 낭비되고 소득은 없었다. 이제 동해의 바른 이름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민족내부에도 알려서 일그러진 역사가 물려준 잘못된 유산을 걷어 내자. 동해로는 일본해를 이길수 없으며 역사적인 정당성도 얻지 못한다. 동해바다의 바른 이름을 우리가 쓰고 널리 알린다면 일본은 더 움직일 수가 없게되고 조선해는 그 역사적 위력 때문에 저절로 자기 이름을 찾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라고 잘못을 그대로 끌고가는 것은 자멸에 이르는 길이다. 잘못을 흔쾌하게 고치는 자만이 세상을 유쾌하게 살수 있고 세상에 도움을 줄수 있다. 조선해의 이름을 다시 쓰는 것은 단순히 국익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제 본래의 이름을 찾아서 쓰게 한다는 세상 이치와 도리를 바로 세우는 큰 뜻을 지닌 작업이다. 우리 모두 바른 동해 이름 조선해를 쓰고 알리자.

2002.9.30. 독도본부 김봉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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