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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운동 바르게 하자

김봉우(독도본부 위원장)

서울 법대 학생들이 국제법을 전혀 모른채 무식한 보도를 계속하는 언론 기사를 비판하는 작은 책자를 2003년 가을 펴냈읍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배우는 국제법 상식에 비춰볼 때 너무나 맞지 않는 무식의 횡포를 부끄럼 없이 드러내는 기사를 보다 못해 학생들이 작은 책자를 내게 된 것입니다.
이 책자에서 서울법대 학생들은 독도를 한국영토로 국제사회에서 인정하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우편번호를 매긴 일이 있는데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하였습니다.

<<영토를 둘러싼 분쟁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누가 적법한 권원을 가지고 실효적인 점유를 하여 왔는가 하는 점이다.......적법한 권원의 유무와 실효적 점유의 정도를 파악하는데는 기준이 되는 일정한 시점이 있다. 그것이 이른바 '결정적 기일'(critical date)이다. 결정적 기일 이후 관계 당사자의 행위는 계쟁된 법률관계에 어떤 영향도 줄수 없다. 결정적 기일이란 영역분쟁 해결에서 당사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시기 또는 영역 주권 귀속이 결정되었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 그리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는 아무리 그 영토를 점유하고 있어도 악의의 점유자가 되어 실효적 점유의 증거로써 채택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사이의 독도 분쟁에서 결정적 기일의 여러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2002년 11월은 명백히 결정적 기일 이후이다. 결정적 기일 이후에 당사국의 지위를 개선할 목적으로 행한 행위는 독도 분쟁이 어떤 종류건 국제재판에 회부될 때 재판부가 고려에 넣지 않는다. 우편번호 부여는.....결정적 기일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국제법상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내세울수 있는 중요한 근거는 전혀 될 수 없다.>> 

학생들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우편번호 부여가 영토 시효취득에 유리한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다......독도처럼 일본의 항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시효취득은 불가능하며 우편번호 부여는 아무런 의미를 지닐수 없다.>>

서울법대 학생들은 이외에도 독도를 국제법상 한국영토로 인정받게 만들 목적으로 시행하는 몇가지 운동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은 학생들의 독자적인 의견이나 판단이 아니라 전공 교수의 강의를 기준 삼아 쓴 것이기 때문에 전공 교수들의 강의 내용이 취합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국제법으로 확립된 관례와 개인의 정서 사이에는 괴리가 있겠지요. 그럴 때 우리는 자기 고집을 세워 우김질만 하지말고 국가와 국가사이의 영토분쟁은 어떤 기준에 따라 해결되는지를 미리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해야 강대국의 침탈에서 영토를 보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강의노트는 그런 점에서 좋은 참고가 됩니다. 그리고 언론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식한 보도를 일삼는지도 이참에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서울법대 학생들이 지적한 것은 독도에 우편번호를 매기는 것이 국제법 차원에서 독도 영유권 보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지만 독도 영유권을 바르게 세우는데 도움이 안되는 것은 <우편번호 매기기> 운동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언론에 보도되어 위안을 삼고 있는 어떤 운동이건 독도영유권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영토분쟁에 관한 국제법 조항들에 맞지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떤 조항들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을까요.

우선 국제법 우선이기 때문에 국가사이에 맺은 조약은 한국 헌법보다 우선적용 됩니다. 다시 말하면 헌법질서 위에 있는 셈이니 한국의 법조항을 근거로 조약 내용을 무시한 채 독도영유권을 주장한다면 성립되지 않겠지요. 독도가 한국영토로 취급되고 섬으로서의 권리를 가지자면 나무가 있어야 하고 사람이 살아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한다는 국제법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궤변을 어디서 끌어와 전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효취득의 내용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끌어대어 편리한대로 무대응 정책 옹호용으로 써먹는 것도 독도영유권 문제 해결에 해를 끼칩니다. 공동관리수역에 대한 유엔 해양법 협약 규정에 대한 무지도 문제입니다. 독도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엉뚱한 영토분쟁 사례를 끌어와 독도에 적용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역사적인 권원에 대한 이해와 지금의 한일어업협정이 훼손한 독도영유권 사이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입니다. 국제법과 국내법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입니다. 너무 길게 늘어져 여기서 줄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와 법의 상호 관계, 한국과 일본의 국가체계와 국가관계의 복잡하고 중층적인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독도위기의 본질은 몰이해의 문제이며 무지의 문제이고 개인 명예를 앞세우는 이기심의 문제입니다.      

이미 서울법대 학생들이 이야기 한 독도 우편번호 매기기를 비롯해 독도개발법 제정, 독도이장 선거, 해상국립공원 만들기, 경찰 위로 방문, 바다 호텔 세우기, 서명운동, 호적 옮기기, 주민등록 옮기기, 공시지가 매기기, 독도로 이사하기, 독도 관광, 광업권 설정, 무궁화 심기, 삽살개 기르기, 독도 사진전시회, 독도 노래부르기 대회, 독도 그림대회, 독도글짓기 대회, 독도 웅변대회, 수영대회, 독도 리번달기, 행정단위 바꾸기, 어민숙소와 부속시설 만들기외 여러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것이건 서울법대 학생들이 지적한 사안처럼 국제법적 규준에 맞지않기 때문에 영유권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은 행사요 운동입니다. 왜 그런가요

위의 운동들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호적을 독도에 옮기는 것은 한국인들의 자유지만 다께시마에 호적을 옮기는 것은 일본인들의 권리입니다. 만약 경쟁이 붙는다면 인구가 몇배나 많은 일본이 이기겠지요. 우표를 발행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일본도 우표를 발행했습니다.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에 우표 발행 금지를 요구했지만 한국정부는 일본 정부의 우표 발행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나 갔습니다. 독도에 주민등록 옮기는 일을 대단한 영토수호라고 언론이 호들갑을 떤 일도 있지만 일본이 다께시마에 주민등록 옮기는 일도 같은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호적 옮기는 일은 일본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공시지가를 매기거나 행정지명을 바꾸거나 서명을 하거나 모두 일본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시도조차 못한 광업권 설정을 일본은 이미 허가한지 오래 되었고 세금까지 거두었습니다. 공시지가 매기는 일도 권리를 쥐고 있는 건설교통부에서는 하지 못하고 울릉군이 독도 공시지가를 매겼다고 발표했는데(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역시 일본은 오래  전부터 매겨 왔습니다. 일본도 얼마든지 개발법안을 만들 수 있고 이미 독도를 잘 개발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바다국립공원 지정은 일본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일본도 꼭 같이 할 수 있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유리합니다. 따라서 이런 운동으로는 일본을 이길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쟁구조를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알고 덤빈다면 오히려 독도를 일본에 넘기는데 더 유리해진다고 봐야 하겠지요.  

서울법대 학생들은 결정적 기일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안은 빠뜨렸습니다. 서기 1999년에 발효된 신한일어업협정 때문에 독도가 한국과 일본의 공동영유로 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지금 독도 위기는 일본이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괘씸하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또 단순히 자존심이 상한다는 정도의 문제도 아니고 절반 내어준 독도 영유권이 일본으로 완전히 넘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절박한 문제가 걸린 사안입니다. 이미 반쪽 한국땅으로 바뀐 독도영유권을 되찾는 것, 이것이 이시대의 독도운동 과제입니다. 공동주권 상태로 바뀐 독도를 그대로 둔다면 독도는 결국 일본 땅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독도운동들은 신한일어업협정 체계에서 오는 독도 영유권 위기를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따라서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데 가만있어 되겠느냐 아니면 미리 완벽하게 대비를 하는게 좋지 않느냐 하는 매우 안이한, 독도위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용 동아리들은 독도에 아무일 없다는 정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영토 위기를 가리우는 헛된 일을 마치 운동인 것처럼 외치고 다닙니다. 

그러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요. 효용이 있건 말건 <독도는 우리땅>노래만 부르면 문제가 해결 될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독도를 일본과 공유하게 만든 신한일어업협정을 하루 빨리 파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도와 동해바다에 걸려 있는 일본의 권리가 해제 됩니다. 그런데 조약은 정부만이 파기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협정체제 아래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은 유리하고 한국은 불리해 집니다. 독도와 동해바다에 대한 일본의 권리상태가 이제 확보차원을 넘어 굳어져 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국민에게 사실을 알려 국민이 함께 나서 한국 정부를 엄중하게 비판하고 이끌어서 정부가 한일어업협정 파기에 적극 나서게 만들어야 합니다. 주권을 찾고 영토를 지킬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정부를 비판하고 바르게 이끌 책임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영토를 넘기는 정부를 비판하고 이를 바로 잡는 운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한일어업협정 파기를 근본 목적으로 삼고 적극 실천하지 않는 운동은 독도주권 위기와는 관계없는 개인들의 취미활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은 나라일수록 힘이 없는 나라일수록 국제법상의 규정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강대국은 횡포를 부릴수 있지만 힘이 없는 나라는 횡포를 부릴수 없습니다. 이미 전세계가 한나라처럼 얽혀 있는데 국제사회의 기준도 모른채 자기 기분만으로 자기 만족을 위해 날뛴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영유권 상실이 어떻게 오는지도 모른면서 독도운동을 한다고 우기면 오히려 독도 영유권에 피해만 줍니다.

한국의 국내법 체계 속에 독도가 안전하게 있다는 전제아래 벌이는 독도운동은 국민들에게 이미 일본에 넘어 갈 수밖에 없게된 독도 영유권 위기를 안전한 것으로 잘못 알게 만듭니다. 영토를 찾고 지키는데 가장 큰 힘은 국민들이 사태를 바르게 알고 나서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사태를 안이하게 바라보고 가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별일 없지만 미리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관광이나 다니면 되는 정도로 독도문제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앉아서 독도를 넘겨주게 됩니다. 잘못된 운동은 국민들이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독도가 일본으로 넘어가게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사태의 본질을 바르게 알고 독도운동을 펼쳐야 영토를 찾고 지킬수 있습니다.
 
200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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