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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관광지로서의 독도」를 취재키로 했다. 외딴 섬 독도가 아니라 가깝고 친근한 우리땅 독도의 모습을 알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미처 예상치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독도에 가려면 울릉도에서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경상북도 울릉군청 관계자는 기자의 문의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구, 우리도 독도에 함부로 못가요.』
그는 독도에 가려면 방문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허가」?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우리땅이 있었고, 그곳이 바로 독도였다. 그 「허가」란 것을 내주는 관청은 인천의 해양경찰청이었다. 해양경찰청 경비과는 공문서로 「입도」신청을내라고 했다.「그러면 언제 허가가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14일 이내에 가부가통보될 것』이란 대답이었다. 「무얼 하는데 14일이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대한대답은 이랬다.
우선 독도입도신청자의 신원조회를 한다고 했다. 신원조회가 끝나면 이번엔 입도신청자의 입도목적을 심의할 심의위원회가 구성된다. 그 「심의위원회」란곳에선 「입도신청자가 독도에서 벌일 활동이 안보에 미칠 영향」을 심의한다는 것이다.
「관광지로서의 독도를 취재하려는데 안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물음엔 더 놀라운 대답이었다. 『어, 기자세요? 그러면 우리 관할이 아닙니다. 기자가 독도에 가려면 외무부 허가를 받아야 해요.』 독도에 대한 취재보도는 「외교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근거로 국민의 여행의 자유를 통제하느냐」고 물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했다. 「내부지침과 훈령규정에 따라 독도에 가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허가를 받는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배편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정부수립 50년이 다되도록 독도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이 확립되지 못한 이유가 짐작이 됐다.
일본이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북방 4도는 일본 여행사들의 훌륭한 관광코스다. 「우리땅을 바라보는 모임」식의 관광단이 공해상까지 나아가 북방4도를 유람한다. 머지않아 동해에 다케시마(죽도)유람단이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리에겐 「독도를 바라보는 모임」은 고사하고 당장 이 작은 우리땅으로 갈 권리도, 배편도 없다.
박종인 1996.2.13.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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