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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포기한 새한일어업협정

신용하(서울대 교수)

새 한·일 어업협정은 한말의 협정을 연상케 한다. 제일 먼저 명칭은 ‘어업에 관한 협정’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관한 것이 더 많다. EEZ는 직접 영토·영해를 다룬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배타적 영토인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EEZ의 기점으로 잡고,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일본 EEZ선을 그어 96년 선포했다. 새 한·일 어업협정은 이를 수용하여 ‘중간수역’ (131도40분)으로 수정해서 독도를 중간수역 안에 넣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간수역 서변’ 형태로 한국이 수용했다고 국제 사회가 인식하도록 만든 계략에 말려든 것이다.

둘째, 한국의 배타적 독도 영유권을 보장한 국제법상의 국제 합의인 46년의 연합국 최고사령부 지령(SCAPIN) 677호와 1033호는 98년의 당사국간의 합의인 새 한·일 어업협정에 의해 효력이 끝난 것으로 국제 사회에서 인식케 될 것이다. 이것은 독도 영유권에 대해 한국이 일본의 주장과 권리를 한국과 대등하게 묵인·인정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만든 계략에 한국이 말려든 것이다.

셋째, 외교통상부는 한국 EEZ의 기점을 독도로 취하지 않고 울릉도로 취함으로써 독도가 방출하는 2백해리 배타적 전관수역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넷째, ‘중간수역’을 규정한 제 9조와 부속서Ⅰ의 어디에도 ‘독도’라는 명칭이나 위치 표시를 못했다. 자기의 배타적 영토이며 상대가 도전해 는 영토를 자기 영토라는 표시조차 못하고 만 것이다.

다섯째, 협정문에서 ‘중간수역’ 속의 무인암석으로 취급된 독도의 지위는 ‘실효적 점유’를 제외하고는 일본의 지위가 우세하게 되어 있다. 일본은 독도를 유인도로 간주하여 EEZ의 기점으로 삼았고, 한국은 독도를 무인 암석으로 간주하여 EEZ의 기점으로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일본은 ‘중간수역’을 섬 분쟁 등이 있을 때 설정하는 ‘잠정수역’이고 ‘한·일 공동수역’이라고 해설하고 있다.협정문 제 12조는 ‘한·일 어업공동위원회’가 동해의 ‘중간수역’은 ‘권고’ 방식의 공동 관리를 하고, 제주도 남방의 ‘중간수역’은 ‘결정’ 방식의 공동 관리를 한다고 하고 있다.

일곱째,협정은 제 15조에서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보장토록 했다는 외교통상부 해설은 사실과 다르다. 협정문은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이것은 일본에 적용되면 ‘독도는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일본의 입장을 해하지 않는 것이 되고, 한국에 적용되면 ‘독도는 한국의 고유 영토이다’라는 한국 입장을 해하지 않는 것으로 될 뿐이다.

여덟째,울릉도의 부속 도서인 독도를 모도에서 ‘분리’하여 울릉도는 한국 EEZ 속에, 독도는 이질적인 한·일 공동 관리 속에 넣고 있다. ‘분리’가 침탈을 위한 전제가 되는 위험성을 외교통상부는 일본의 계략에 속아서 간과하고 있다.

아홉째, 새 한·일 어업협정은 ‘중간수역’ 안에서 한·일 양국이 각각 ‘기국주의’에 의해 분쟁을 처벌케함으로써, 독도 12해리 영해에 들어온 일본 어선을 한국이 한국법에 의해 처벌하지 못하도록 해석될 여지를 만들었다. 조약문 어디에도 독도 영해 12해리를 한국 영해로 명문화하고 이에 침입한 일본인들을 한국이 처벌한다는 명문이나 내용이 전혀 없다.

열째,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고 ‘기국주의’를 채택한 새 한·일 어업협정은 결국 중간수역에서의 한·일간 분쟁과 충돌을 끊임없이 유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일 친선을 저해하고 대분쟁과 충돌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재협상의 초점은 독도를 ‘중간수역’에서 제외하여 한국쪽 公海에 두도록 수정하거나 동해 중간수역을 폐지하는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 권원’을 중국과 나누어 갖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釣魚島)를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동중국해의 중·일 ‘중간수역’에서 제외하여 일본쪽 공해에 둔 직전의 선례가 있다. 하물며 SCAPIN 677호와 1033호가 보장하는 한국의 배타적 영토인 독도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중간수역’에서 제외하여 한국 EEZ에나 한국쪽 공해에 두어야 한다.

일본은 98년 1월 일방적으로 ‘한·일 어업협정’을 폐기했고, 또 실무자간 새 어업협정 합의안도 서명 직전에 폐기했다. 국회는 독도 영유권과 영해를 크게 훼손당하고 어민 권익도 보호하지 못한 새 한·일 어업협정을 비준해주지 말고 재협상시켜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권익을 굳게 수호해야 할 것이다.

200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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