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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꽁치전쟁 목표는 독도점령

일본,남 쿠릴 열도 조업 금지 '속셈' 분석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방한한 지난 10월15일, 부산항에는 러시아 남 쿠릴 열도에서 귀항한 꽁치 봉수망 선단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말 남쿠릴 열도에서 조업에 들어간 우리 어선 26척은, 러시아측이 정한 1차 조업 시한인 9월28일까지 쿼터 1만5천t을 거의 포획했다.
선단은 일단 인근 공해로 빠져 나왔다가 잔여 쿼터 천여t을 마저 잡기 위해 7척만 조업을 재개했고, 19척은 10월8일부터 귀항하기 시작해 이 날 부산에 도착한 것이다. 남 쿠릴 열도의 어업 시한인 11월15일을 한 달 이상 남겨 두고 일찌감치 만선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에는 만선의 기쁨 대신 이번 항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내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입어를 금지한다는 러·일 합의로, 남 쿠릴 어장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지난 9월10∼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실무 회담과 막후 교섭을 통해 '제3국 조업 금지'에 잠정 합의하고, 지난 10월 9일 양국 외무차관급 회담에서 이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어선들이 남 쿠릴 해역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심각한 꽁치 공급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남 쿠릴 해역 어획량이 전체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다, 꽁치를 매년 1만∼1만5천t씩 잡는 남 쿠릴 열도 인근 공해는 별도 어장으로 삼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져 출어 포기가 불가피하다. 어민들과 수산업계는 우리 정부의 안이하고 무감각한 대응이 이같은 사태를 불렀다며 성토하고 있다. 정부는 한·일간 꽁치 분쟁이 본격화한 6월 이후에도 '러시아가 우리측에 우호적이다. 어민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심지어 일본 론들이 러·일 외무차관급 회담에서 잠정 합의를 재확인한 사실을 보도한 10월10일에도 공식 자료를 통해 '양국간 합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덮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양국의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고 한성용해양수산부 차관과 조환복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을 러시아에 급파해 뒤늦게 뒤집기 외교에 나섰다.


정부의 면피용 대안 '무용지물'

정부는 러시아에 일본과의 협상에 앞서 맺은 한·러 협정을 준수하라고 요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민간 차원의 조업 쿼터 확보, 한·러·일 3국 협상을 통한 일본 산리쿠 해역에서의 조업 확대, 남 쿠릴 열도 조업에 대한 러·일 양국 조업 허가 등 대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내부에서조차 어느 방안도 성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악화 일로를 걸어 온 반일 여론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소형어민총연합(어민총련)소속 어민 1천5백여 명은 10월10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한·일 어업협정 재협상,독도 주권 사수, 일본 만행 규탄 어민대회'를 열어 일본 순시선의 삼진호 충돌 침몰 사건과 남 쿠릴 열도 꽁치 조업 금지에 항의했다. 어민들은 일본이 삼진호를 고의로 침몰시킨 것은 살인 행위이자 명백한 주권 침해라며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10월6일에도 부산 영도구 남항동 어업지도선관리소 앞에서 일본측의 사과와 삼진호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연좌 농성 시위를 했다.

어민들은 일본이 바다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뒷거래'까지 동원해 한·일 양국의 연근해를 완전 장악하려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박건일 어민총련 회장은 이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음모라고 규정하고, 정부가 잘못된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하고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일본측이 왜 하필 미묘한 시기에 러시아측의 입어료 손실을 현금으로 보상하기로 하면서까지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제3국 조업금지 합의를 이끌어 냈는가 하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측의 남 쿠릴 열도 조업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한·일 어업협정을 무시한채 일본 산리쿠 해역에 대한 조업허가장을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8월20일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러시아측에 친서를 보내 한국 어선에 대한 남 쿠릴 열도 조업 허가 유보를 요구했다. 교과서 왜곡과 신사 참배 등으로 커다란 부담감을 안고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에 앞서, 오히려 한국 내의 반일 감정에 불을 지르는 듯한 행동을 계속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는 "의도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의 이면에 다른 계산이 있을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남 쿠릴 열도 꽁치조업 문제는 깃털에 불과하고, 독도 영유권 분쟁이 몸통이라는 의구심이다.


일본의 '독도 강탈 시나리오' 현실이 되는가


정부는 그동안 일본측이 남 쿠릴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리 어선의 조업을 막으려는 데 대해 '영토 분쟁과 수산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러·일 합의는, 이 주장을 상당 부분 훼손하고 말았다. 더욱이 정부 대안의 하나인 러·일 양국의 조업 허가를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여태까지의 주장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된다. 이를 독도 문제에 그대로 대입할 경우, 주변을 중간 수역으로 남겨 둔 것은 우리측이 양국 간의 영토 분쟁을 현실로 인정한 결과가 되는 셈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국해양대학 김영구 교수 등 많은 학자가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세 전환을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김교수는 "일본은 1952년 한국의 평화선 선언을 계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이후 침범 시도기(1952년 5월∼1953년 3월) 한국 점유 확정기(1953년 4월∼1956년 12월) 현상 유지기 (1956년 12월∼1996년 2월) 현상 유지 파괴기(1996년 2월∼현재) 등으로 수위를 조절해 가며 신중하고 은밀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독도에는 영토 분쟁이 없다'는 회피적 태도로 일관하다 신 한·일 어업협정을 통해 영토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했 다"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이 보도한 '일본의 독도 강탈 시나리오'(제584호)와 일치하는 시각이다.
어민·시민단체가 나서서 어업협상 파기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998년 발효한 지금의 한·일 어업협정은 2002년 2월로 시한이 끝난다. 그러나 지난 8월 부산 등 전국에서 20만명의 서명을 받아 전달한 박찬종 전 의원(한·일 어업협정재협상촉구 국민서명운동본부 대표)에게 정우택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은 "어업협정은 현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라고 말해 우리 정부에 재협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남은 소도 잃게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교훈이, 이번 남 쿠릴 열도 꽁치 분쟁이 남긴 교훈인지도 모른다.

박병출 부산 주재기자pbc@esisa.co.kr

2001년 12월 20일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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