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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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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업협정 일방 파기를 보고

김영구(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사회과학연구소장)

그 동안 한일 양국간에 파국을 회피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일본은 23일 각의에서 한일어업협정의 일방파기를 최종 결의하므로서 이 사연 많은 한일간의 협약은 매우 불행한 모습으로 실효하게 되었다.

1965년에 체결된 이 한일어업협정(제10조 2항)에는 일방 당사국의 협약파기 통고조항이 있으므로 일본의 일방적 파기조치가 법규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일방의 파기통고일 부터 1년 후에 실효되므로 일본이 이러한 극한적인 조치를 감행하면, 한국 정부가 일종의 보복조치로서 대응하겠다는 자주 어로규제의 철회가 없더라도 이른 바 기국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이 1년의 유예기간 동안 한국 어부들의 일본 측 수역에서의 극한적인 어로행위가 만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 어민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양국 간의 극단적인 정치적 마찰과 충돌을 가져오게될 것이다.

일본 측의 협박에 가까운 독촉 속에서 서둘러 진전되어 온 한국과의 어업협의가 일본의 이러한 일방적인 극한적 조치로 결국 조기 타결될 수 있다고 일본이 계산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확실히 잘못된 계산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 협력관계를 추구하는 현대 국제사회의 기본적 규범에 반하는 것으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 이 일본과의 어업협의에서 한국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협상의 자세와 접근된 합의의 내용 및 앞으로의 대응 방안은 바로 지금 심각하게 재음미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간의 협의 진전 사항을 대체로 보면 한국은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서 일본 측이 제시한 내용 거의 모두를 실질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종래의 「잠정적 중간경계선 설정」주장을 철회하고 「잠정수역 설정안」을 받아드린 것이 첫 번째의 중요한 양보이며, 전속적 관할수역의 범위에 관해서도 24해리를 고수하려던 한국의 입장은 일찍이 후퇴되었다. 이 처럼 중요한 양보를 이미 해놓은 지금, 전속관할 수역의 범위를 35해리로 하는 것과 36해리로 하는 것, 또는 잠정수역의 서측 경계를 135도로 하는 것과 136도로 하는 것은 일본과의 정면 대결을 불사할 정도로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는 이미 아니다.

한일간의 어업협의는 종래의 기국주의 원칙에 입각한 한일어업협정 체제로부터, 연안국의 전속적 관할제도인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체제로 변환시키는 것인 만큼 새로운 해양법 규범체제를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하여 아주 합리적이고 전진적 자세로 상호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간에는 독도 영유권의 문제, 어족자원 보존 관리 주체의 전환, 및 어로 실적에 의거한 상호 입어조건의 설정 등 쉽게 타결되기 어려운 난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 새로운 제도의 실현을 위해 합의해 줄 것은 전진적으로 합의해주고 한국의 기본적 지위를 위해 지킬 것은 확보해 두어야 한다. 본래 [잠정수역 설정안]이란,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 간에 지난 1997년 9월에 이미 합의된 바 있는 [잠정적 합의수역]의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문제가 있는 동해 수역에 일·중간의 [잠정적 합의수역]의 형식을 도입한 것은 논리적으로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

중국과 일본의 합의를 보면, 영유권 분쟁이 있는 조어대(釣魚臺)를 포함한 북위 27°이남(以南)의 수역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존 어업질서를 유지한다."고 표현하고 있는 바, 이는 다시 말해서 이들 잠정조치 합의에서 27°이남의 수역을 제외하므로서 "그 현상(status quo)을 유지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즉 이는 혹 잘못 인용되고 있는 것 처럼 [영유권 문제를 보류시킨 잠정합의]라기 보다는 [영유권 분쟁수역을 제외시킨 잠정합의]이며 영유권 귀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잠정합의 조차도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사례이다.

독도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일본간에 합의되어야 할 잠정조치 수역의 중앙에 위치하여 이를 "제외"하기가 사실상 부적절하기 때문에 동해지역에서는 日·中 간의 합의와 같은 공식을 무비판적으로 모방 도입하는 것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법적 지위를 결과적으로 훼손하는 조치가 되는 것이다.

일단 양보하여, 동해 수역에 日·中간의 [잠정적 합의수역]의 형식을 도입하는 경우라도 일정 범위의 수역을 위요지(enclave)로 정하여 이 잠정적 합의수역 범위에서 독도와 울릉도 인근 수역을 제외시키는 명시적 조건을 확보하여야만 한다. 한국 측에서는 지금 까지 일본과의 합의사항 중에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는 현상태를 유지한다."는 합의가 있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협의 과정 중의 비공식적인 우호적 분위기]가 합의사항에 명문으로 적시되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당사국의 입장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제법의 기본적 상식이다.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을 확실히 훼손할 수 있는 이 첨예한 협의에서 한국은 명확한 보장적 조건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앞으로 1년의 협약 종료 유예기간 동안 진행될 일본과의 협상에서 한국 측은 독도의 실효적 영유권 행사를 보장할 독도 주변수역의 위요지(enclave)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지난 년말, 한일간 어업협의의 조기 타결을 위하여 일본 외상이 급히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도 한국이 합의 그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던 것은 IMF 사태 이후 일본의 금융지원의 대가로 일본에 굴복했다는 국민의 비판을 미리 계산한 맹목적인 반대였다고 하면 이는 실로 위험하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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