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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는 독도를 포기했는가


  이상면(서울대 법대교수, 국제법)

《해양경계선 획정의 원리인 「형평의 원칙」은 끈질지게 주장하는 자에게만 적용된다.

우리처럼 독도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나라에는 그러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우리 영토 독도가 최근에 타결된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에서 중간수역에 들어갔다. 그냥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아무런 명칭이나 위치 표시가 없이 중간수역에 들어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간수역이란 한일공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어업자원을 양국이 관리하는 일종의 공동관리수역이다. 독도가 우리 영토니 독도와 그 주변수역은 당연히 우리나라가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 곳인데, 우리 정부는 독도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섬이라 하여 독도가 생산해내는 남한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방대한 바다를 포기한 반면, 독도를 점유하고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라는 것을 내심 잘 알고 있는 일본은 오히려 독도를 기점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했다.

신한일어업협정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일본의 공격적인 입장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려는 듯 독도 주변 수역(정확한 표현은 중간수역 내에 있는, 독도를 기점으로 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일본의 국내법이 일본어민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우리가 정식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에서는 독도와 그 12해리 영해를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것이므로 독도의 영유권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또 중간수역 내에서 기국주의(旗國主義) 원칙에 따라, 한일 양국이 각자의 법을 집행하면서 함께 조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독도를 기점으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중간수역에서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법은 적용될 수가 없다. 이것을 일본 쪽에서 보면, 독도와 그 영해는 한국이 「점령」하고 있어 별도리가 없지만, 독도가 발양(發揚)해내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은 일본의 주권적 권리하에 있다는 말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독도가 아무런 명칭이나 위치 표시 없이 중간수역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24일 실무자간에 어업협정이 타결되었을 때만 해도, 정부에서는 비록 독도라는 명칭은 쓰지 않았지만 위도와 경도로 표시했으므로 오히려 일본측으로부터 우리의 영유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10월28일 국정감사에서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이 협정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독도의 영해는 보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어업협정에서는 독도와 그 영해에 대해서 침묵을 하고 있을 뿐, 아무런 보장조항도 없다. 더구나 12해리 영해 밖 24해리의 접속수역에서 우리가 외국인에 대해 「영해 및 접속수역법」을 집행해야 하는데, 어업협정에는 기국주의(旗國主義) 원칙에 따라 각자가 각자의 법을 집행하도록 돼 있어서 관할권 충돌이 필연적이다.

1952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오늘날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내용이 똑같은 「평화선」을 이미 선포했었다. 일반적으로 「평화선」이라고 알려진 이 「인접해양에 대한 주권선언」은 대륙붕과 그 상부수역을 포함하고 있었고, 독도를 「평화선」 안에 포함시켜 침입하는 일본어선을 몰아냈었다.

독도는 「눈깔사탕」인가

동북아시아에 200해리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 「평화선」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이치에도 맞다. 당시에 확보해놓았던 「평화선」을 조정하는 선에서 어업협상도 하고 경계획정도 하면 되는 것이다. 어업협상에서 일본측이 1977년에 선포한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한계선」을 고집했듯이, 우리도 「평화선」 개념을 살려서 밀고 나갔으면, 독도가 생산하는 남한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라면, 일본측이 오히려 독도를 무시하고 울릉도와 오키섬 간의 중간선으로 경계를 하자고 제안해왔을지 모른다. 설사 일본이 그러한 제안을 해오지 않더라도 우리의 입장은 한결 떳떳하고 신실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1996년 봄에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면서 배타적 경제수역법을 새로 제정했다. 그 내용은 「평화선」과 비슷한 것이었으나,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 첫째는 「평화선」 안에 있던 독도를 포함한 「선(線)」이 사라졌고, 둘째는 이웃나라와의 「중간선 밖에서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권리의 선언」 개념이 「권리의 포기」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관리들과 위정자들 가운데는 허울좋은 「세계화」의 미명하에 「주인의식」을 저버리고 강대국 로비에 휘말려 「세계주의(cosmopolitanism)」를 신봉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만 같아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업협정에서 독도가 중간수역에 들어가고, 제주도 남쪽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 대부분을 일본측에 거저 넘겨버린 것은 바로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1996년 2월 독도근해에서 해·공군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자, 이를 비판하며 독도를 무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독도를 『어른들 싸움에 눈깔사탕 같은 존재』라면서 일본과의 경제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꽤 현실론에 충실한 듯했다. 독도를 기점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는 것은, 「사람이 지속 가능한 경제적 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해양법협약상의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가 독도를 무시해야만 제주도 남쪽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에서 일본이 규슈 연안의 남녀군도를 무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고, 일본 동남부 태평양 쪽의 바위섬이 생산해내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에도 우리가 입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한마디로 망상이요 백일몽이다.

일본은 1973년부터 1982년까지 유엔해양법회의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든 섬은 200해리를 갖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 해양법협약이 발효한 지금도 일본의 주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태평양에 솟아오른 바윗돌에도 시멘트 구조물을 퍼부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는 잠재적 유인도를 만들겠다는 일본이다. 우리가 독도를 무시해준다고 해서, 일본이 주변에 그 많은 섬들을 모두 무시해줄 것 같은가.

우리가 먼저 독도를 무시하고 독도를 기점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 다음에도, 일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도가 잠재적 유인도라고 주장하고 독도를 기점으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언했다. 또 독도를 무시하고 울릉도와 일본 오키섬의 중간선을 잠정적인 경계로 삼아 어업협정을 체결하자는 한국의 마지막 제안마저 일축해버렸다. 독도 무시론은 빗나간 것이었다.

독도의 가치

해양경계를 획정할 때, 섬의 가치는 「형평의 원칙」에 따라 그 섬 자체와 당해 해역의 사정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다. 동해 한가운데 있는 독도의 가치를 논하고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 가능성을 논함에 있어서 동중국해의 어떤 해안에 붙어 있는 바위섬이나, 태평양에 있는 일본의 고도를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독도가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질 수 있고 없고는, 독도 자체의 가치평가와 주변의 관계사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문제다.

해양법협약 제121조는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현재 인간이 거주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대한 가능성도 아울러 말하는 것이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에 산재하는 수많은 바위섬들을 매립하면, 미식축구장만한 면적이 나온다고 한다. 관광지나 애국의 도장으로 개발하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우리 정부가 177억원을 들여 건설한 접안시설과 숙박시설도 훌륭하다. 식수도 충분하고 주변수역에 수산자원이 풍부해 독립적인 경제생활도 가능하다.

이렇게 훌륭한 섬을 정부에서는 「눈깔사탕」이론만 믿고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고, 반면에 독도를 실제로 점유하지도 못한 일본은 독도를 기점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우리가 독도를 무시해주었는데도 일본은 규슈 연안의 바위섬인 남녀군도의 가치를 100%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 목적은 제주도 남쪽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을 모두 차지하는 데 있다. 나아가서는 30년 후에 획정될 대륙붕공동개발구역마저 모두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어업은 영토문제와 다르므로 분리해서 협의해야 한다』는 일본의 「분리정책」에 속아 결국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고 만 우리 정부는 또다시 「분리정책」에 속아, 이번 어업협정에서 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의 10분의 9를 『중간선 밖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포기한다』면서 일본에 거저 내주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나머지 10분의 1도 다시 공동관리수역으로 만들어, 결국 우리는 20분의 1의 가치만 얻은 꼴이다. 중간선 밖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포기했으니 『대륙붕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일부이므로』 결국 대륙붕공동개발구역도 포기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해양경계획정시 한 나라 섬의 가치는 그 해역에서 고려될 문제지, 일률적으로 100% 인정하거나 반대로 100%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독도의 가치 끈질기게 주장해야

동해에서 독도가 무시되었다고 해서 제주도 남쪽 규슈 연안의 바위섬이나 중국 상하이 앞바다의 바위섬이 자동적으로 무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해양경계선 획정의 원리로 동부에서는 「바다 밑 자연적 연장설」을 주장하면서도 서부에서는 중간선을 주장했다. 해양경계선 획정의 원리인 「형평의 원칙」은 『당해 해역에서의 섬이나 해안의 굴곡 등 관계사정』을 고려해 획정하는 것이다.

「형평의 원칙」은 끈질기게 주장하는 자에게만 적용된다. 일본이 독도를 기점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한 것도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독도를 포함하는 중간수역을 얻게 된 것이다. 우리처럼 스스로 독도의 가치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나라에는 그런 원칙의 수혜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 있다.

우리가 독도를 무시해주어야만 규슈와 상하이 앞바다의 바위섬들이 아울러 무시될 수 있다는 「일률적 도서 처리방식」은 함부로 쓰는 전법이 아니다. 형평의 원칙은 망망대해에 솟은 주먹만한 바윗돌 하나도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여 주권을 행사하는 일본과 같이, 끈질기게 「주장하는 자」에게만 힘이 돼준다. 우리처럼 「포기하는 자」에게는 손해가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가 이번 신한일어업협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지금처럼 독도를 무시한다면, 나중에 독도 주변 해양경계문제로 국제재판이라도 하게 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문제점이 많을 뿐 아니라 분쟁의 불씨마저 안고 있는 어업협정이 국회에서 비준동의가 되었으니 독도의 장래는 물론 한일관계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어업협정으로 이제 일본은 독도 영유권 분쟁에 교두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온 세상에 중간수역 지도를 내보이며, 독도가 분쟁상태라는 것을 한국정부가 인정했다고 떠들고 다닐 것이다. 이것은 독도의 분쟁상태를 부인해온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독도가 중간수역에 포위됨으로써, 일본선박이 독도를 에워쌀 수도 있는 「합법적인 빌미」를 주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아마도 우리는 더이상 독도 근해에서 기동훈련 같은 것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도를 개발하는 데도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정부가 독도 주변수역이 공해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시(詩)적인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독도 주변수역은 엄연히 어자원의 공동관리를 규정한 중간수역이며, 동시에 일본은 국내법이 집행되는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간주한다.

우리가 독도를 사랑하는 것은 독도 그 자체뿐만 아니라 독도의 가치도 포함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독도가 발양해내는 배타적 경제수역, 전략적 가치 등 제반 가치를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내줘버리면 독도는 정말로 하찮은 바위섬에 불과할 뿐이다. 독도의 가치가 없어진다면 목숨 바쳐 지키고 싶은 생각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우리 외교 일본전략에 밀려

일본은 독도를 스스로 무시한 한국을 비웃으며 규슈 연안의 바위섬에도 100% 가치를 부여하고 제주도 남쪽 한일 대륙붕공동개발구역 상부수역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을 다시 찾기 위해 어업수역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륙붕+어업수역」을 뜻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법을 제정해 중간선까지 일본의 영역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우리의 기선을 제압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영역인 독도에까지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함으로써, 결국 독도를 포함하는 중간수역을 만들어 차지하는 기민성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밀린 것이 우리의 외교다. 그 역사에 남을 징표가 신한일어업협정이다. 구한말 우리 민족이 아직 우매하던 시절, 국제법을 모르는 조선 관리들은 우리나라 모든 해안의 영해 3리 이내를 한일 양국 어민이 공동으로 어로작업을 하도록 중간수역 내지 공동관리수역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수많은 우리 어민들이 일본인 칼에 찔려 죽었고 수많은 부녀자들이 겁탈당했었다. 이것이 역사에 나오는 어채(漁採)문제다.

지금, 우리가 무지(無知)해서 IMF환난을 당하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 관리들과 위정자들이 건국 웅비의 기개는 고사하고 「역사의식」과 「권리의식」조차 없어서야 되겠는가. 총칼도 아닌 지혜의 싸움에서 일본에 밀려서야 되겠는가.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신어업협정을 파기하고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한다.

설사 일본과 무협정상태가 된다 할지라도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다. 일본이 1997년 말 타결단계에 이르렀던 협상결과를 일본어민의 이름으로 뒤엎었듯이, 우리도 국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분연히 다시 일어나 재협상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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