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선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사비나 숄의 필리핀 해경선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원의 보고이자 지정학적 의미가 큰 남중국해 심해에 연구시설 건설을 추진한다. 방대한 양의 메탄 개발과 생태계 연구가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해양영토 분쟁의 빌미가 될 소지도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인지안핑(尹建平) 남중국해해양학연구소 연구원 팀은 최근 학술지 '제조 및 업그레이드'(Manufacturing and Upgrading Today)를 통해 해당 시설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고 이를 '심해 우주정거장'(Deepwater space station)이라고 명명했다.
이에 따르면 시설은 남중국해 수면 아래 2000m 지점에 설치된다. 연구진이 밝힌 핵심 목표는 '가연성 얼음'이라고도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물과 메탄이 결합해 형성된 물질인데 얼음처럼 생겼지만 불을 붙이면 연소되는 에너지원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기존 천연가스 대비 훨씬 많은 메탄을 함유하고 있으며, 매장량도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3배로 추정된다. 또 기존 화석연료 대비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 그러나 메탄 자체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배 강해, 방출될 경우 기후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중국이 심해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는 지점은 이른바 냉수 침투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 지점이다. 해저에서 메탄과 황화수소 등 탄화수소 화합물들이 천천히 분출되는 지역에는 일반적으로 화학합성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등 독특한 생태계가 구축된다. 또 메탄하이드레이트가 광범위하게 매장된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 시설은 지금까지 시도된 시설 중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로 설치될 수중설비이며 오는 2030년 가동될 것"이라며 "최대 6명의 과학자들이 한 달간 머물며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잠수함, 수상선박, 해저관측소가 긴밀히 협력해 4차원 감시망을 만드는게 의도"라고 덧붙였다.
남중국해에는 약 700억톤의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중국의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이 지역에는 육지광산 대비 3배 수준 농도인 코발트 및 니켈광물매장지가 분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해인 만큼 채굴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면 말 그대로 자원의 보고다.
문제는 지정학적 위치다. 연구진은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남중국해에서 복수의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시설이 들어설 지점도 민감한 지역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남중국해엔 중국 등 6개국이 얽힌 스프래틀리제도(남사군도) 분쟁, 중국 등 3개국이 얽힌 파라셀제도(서사군도) 분쟁, 또 중국 등 3개국이 얽힌 스카버러암초 분쟁 등 세 곳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세 곳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쟁의 주인공은 중국이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9단선'론을 펼치며 주변국과 빈번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 2025년부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군사작전으로 중국 압박에 나섰다. 일본과 호주, 프랑스 등도 미국을 지원하며 갈등 국면이 더 넓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의 심해 우주정거장 프로젝트가 구체화하면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도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 연구원은 "이 기지의 배치는 중국의 영토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2012년 러시아가 로샤릭 프로젝트를 통해 북극해 해저를 조사했고, 이 조사 결과를 대륙붕 내 영유권 주장에 적극 활용한 사례를 잘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25.02.16]
독도본부 2025.03.18.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