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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마리 독도 강치 멸종시키고, 그게 자기네 땅이란 증거라니

김탁환(소설가)
지난 6월 독도의 괭이갈매기들. 사진 김탁환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독도다. 1990년대 후반 해군장교 시절 독도를 두번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제대 후 사료와 연구논문을 두루 읽고 2001년 독도에 관한 책을 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뒤 방송국의 젊은 피디가 찾아왔다. 독도를 우리 안의 소수자로 파악한 내 관점을 따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독도는 내게 심장에서 가장 먼 손가락의 아픈 끝마디와도 같다. 460만년 동안 숱한 고통이 섬 전체를 뒤덮은 적이 많았다. 육지에서부터 동쪽으로 제일 멀리 떨어진 섬이기에 사건들이 드러나지 않고 묻힌 것이다. 도생(島生), 즉 섬의 일생을 거시적으로 훑으면서 생태계를 풍부하게 영상에 담겠다는 설명을 듣고, 이 작업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인간의 역사를 넘어 만물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독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도였다.

다큐멘터리 ‘독도평전’의 진행자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을 때, 그 섬에 볼 것이 더 남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누구나 독도를 알지만 제대로 독도를 아는 이는 드물다고 답하면 지나칠까.

다큐멘터리에 담길 세부 내용에서 두가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첫째는 독도의 깊은 바다를 영상에 담는 것이다. 수심 40m에서 100m에 달하는 트와일라이트 존을 탐사하는 것이 목표였다. 잠수사들이 제주와 울릉도에서 고강도 훈련을 거듭한 후 독도로 와서 도전할 계획이었다. 둘째는 독도 강치의 멸종사를 조사하는 것이다. 독도에서 강치들의 뼈를 찾을 뿐만 아니라, 강치 사냥에 주력한 일본 시마네현에도 갈 예정이었다.

6월11일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독도로 향했다. 동도에 내리자마자 이사부길 333계단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독도의 봄 하늘을 지배하는 괭이갈매기들 사이로 여름 하늘을 뒤덮을 바다제비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날아 내릴 수만 있다면 아무리 가팔라도 새끼를 낳아 기르는 새떼들과는 달리, 혼자 멀리 떨어져 다니는 남루한 몰골의 황로와 쇠물닭과 중백로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탈진하거나 아파서 독도에 내린 새들이었다. 독도가 없었다면 회생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기울기가 70도를 넘나드는 서도 안용복길 998계단도 올랐다. 어지럽고 두려웠지만, 서도에서 동도와 그 너머 바다를 조망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50종이 훌쩍 넘는 식물들을 찾아 바쁘게 비탈을 움직였다.

9월6일 인천공항을 떠나 일본 다카마쓰공항에 내렸다. 우리나라 어부들은 울릉도나 독도에서 강치를 만나더라도 포획하지 않았다. 일본 어부들만 강치를 잡아 가죽을 벗겨 제품을 만들거나 기름을 취했다. 강치 박제가 우리에겐 없고 일본에는 남아 있는 이유다.

첫 방문지는 시마네현립 산베자연관이었다. ‘리앙쿠르 대왕’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수컷 강치 박제가 그곳에 있었다. 자연관 직원들은 출입문에서부터 촬영팀을 막아섰다. 시마네대학 종합박물관에서도 문전박대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생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박제 촬영이란 사실을 거듭 밝히며 신청했지만, 시마네현은 완강했다. 어떤 이유에서도 대한민국에서 온 촬영팀이 독도 강치 박제를 촬영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키 섬 항구의 안내판. 사진 김탁환

오키 섬 항구의 안내판


오키섬은 일본에서 독도에 가장 가까운 섬이자, 독도 강치를 제일 많이 사냥하여 배에 싣고 돌아간 어부들이 사는 섬이다. 항구에 내리자마자 ‘다케시마는 지금도 옛날도 오키의 섬’이라는 안내판과 마주쳤다. 독도가 있는 서쪽으로 화살표를 해서 158㎞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길거리 맨홀 뚜껑에 새긴 문양까지 독도 강치였다. 구미 다케시마역사관으로 가니, 강치잡이에 나선 어부들의 기록사진과 어선 모형과 잠망경이 있었다. 역사관 담당자 역시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고, 현청에 전화해 한국에서 촬영팀이 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1900년대로 들어설 때까지 3만마리가 넘던 독도 강치를, 일본은 남획하여 멸종시켰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독도 생태계를 파괴한 잘못을 인정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강치잡이는 오히려 자국의 영토에서 오랫동안 조업한 물증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영토 분쟁을 앞세워 생태계를 뒤흔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22년 만에 독도를 다시 걷고 어루만질 수 있어 행복했다. 이야기의 신이 내게 준 작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났다. 독도의 상처를 보듬고 그곳의 생태계를 깊고 넓게 재발견하려면,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독도의 일생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한겨레 2023.12.12]


독도본부 2023.12.17 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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