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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와 이어도

김남용(신한대학교 공법행정학과 교수)



지난 7월12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 재판소(PCA)는 중국을 비롯한 7개국이 영 유권 분쟁을 벌여온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법적 판 결의 결론은 “중국이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수역 과 자원에 대하여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했다는 증 거가 없다”며 중국에 패배를 안겼다. 중국은 지난 2012년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던 황옌다오(黃巖島, 영문명 스카버러섬)를 강제로 점유해 필리핀과 마 찰을 일으켰다. 이에 필리핀은 그동안 자국의 실효 지배를 근거로 중재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영유권 문제에 대한 관할권이 없는 중재법정의 선고는 불법이자 무효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 중제법정이 내린 판결을 강제할 무 력이나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에 뾰 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중국 내부에서도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를 PCA에 제기하기까지는 미국 이 배후에서 힘을 썼다고 주장하며, 일부 시위대는 KFC 지점 철수를 주장하는 등 미국에 대한 반발시 위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7월5일부터 11일 까지 남중국해 시사군도(西沙群島, 파라셀 군도)에 서 최신형 전략폭격기와 군함 100여척이 동원되는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특히, 군사훈련 종료일인 11일은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결 발표 전날 이라 의도적인 군사훈련으로 인식된다.

6개국 각각 영유권 주장

남중국해는 중국 남쪽에 자리한 거의 인도만한 크 기를 가지고 있는 광활한 바다이다. 남중국해는 면 적이 350만km²에 달해 중국뿐만 아니라 해역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국가인 베트남·필리핀·대만·말레이지아·브루나이 등 6개국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 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해상교통로에 위치하고 있는 전략적인 요충지이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60%가 지나가고, 세계상선 통행량의 3분의 1이 거 쳐 가야 하는 길목이다.

중국은 한(漢)나라 이후 고대왕조와 중국정부가 이 해역의 섬들을 관리해왔다고 주장하며, 남중국 해의 관할권 경계를 표시한 선(線)인 남해구단선 (南海九段線)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 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남해구단선 안에 남중 국해 해역의 90%가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은 과거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47년 그은 ‘11단선’이 출발점이며, 1953년 중화인 민공화국이 해남도((海南島, 하이난다오)와 베트남 사이의 2개 선을 삭제해 9단선이 됐다.

중국의 전략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 향후 남 쪽 해상 진출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4년부터는 난사군도(南沙群 島, 스프래틀리 군도) 등 7개 암초 등을 매립해 ‘불 침항모(不沈航母)’로 불리는 인공섬을 만들기 시작 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중국은 인공섬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활주로는 물론 대형군함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 등 전략적인 인프라를 구축하 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남중국해를 해양진 출의 교두보로 삼아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해양지 배권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항하여 미국은 일명 ‘항행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중국해 인근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항모전단과 군함을 진입시켰 다. 미국은 일본자위대의 첨단 무장화는 물론, 자위 수준을 넘는 헌법 개정을 부추키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베트남과 군사협력을 강 화하고, 한동안 철수했던 필리핀에 다시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대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 국과 중국의 두 강대국은 남중국해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대결구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두 강대국 사이 한국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이 어려워 보인다. 요즈음 미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국-중국, 미국중국 간의 벌어지고 있는 미묘한 신경전도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 로 인해 중국이 보이지 않는 무역보복, 즉 각종 통 관절차나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면서 한국기업의 중 국진출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과거 2012년 일본 과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시에 중국이 일본 에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이로 인 해 일본은 자동차, 유통, 백화점의 매출감소와 중국 공장 일부 가동 중단, 점포 페쇄 등이 발생했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반발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의 논 란 와중에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중국수출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중국은 영토 분쟁 및 자기들의 이익 에 위반될 경우에는 즉각적인 무역보복 등으로 상 대국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 및 경제활동에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및 중국의 양자 대결에 관심을 기 울여야 한다. 특히 날로 중국 의존도가 커져가고 있 는 시점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및 사드 배치 등 의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도 생존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며,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 치 않다. 이미 세계는 혼자 독불장군 모양 행세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구촌 각 나라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자기만의 이익을 혼 자 차지하는 시대는 흘러갔다.

우리도 힘과 능력 길러야

우리도 우리의 주장을 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 비록 중국 및 일본, 러시아 강대국들과 혼 자 싸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함부로 넘 볼 수 없는 국력과 해군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남 중국해는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 등의 무역 물동 량이 지나가는 우리의 생명선이다. 비록 남중국해 까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어도 유 사시에는 우리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력을 투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중국의 영토 확장 야욕은 남중국해에만 미치지 않 을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닌 것은 우리도 중국과 이어도(離於島)를 놓고 신경전을 벌 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중국의 입장에서 는 목의 가시와도 같은 존재이다. 한·중 간 이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1996년부터 해결하고자 협 상하였지만, 한중간의 경계선을 확정하지 못해 갈 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어도는 제주의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중국 동부 장쑤성(江苏省) 앞바다 가장 동쪽의 퉁 다오(童島)로부터 247km 떨어져 있는 ‘수중 암초’ 이며, 우리나라와 중국이 각자 주장하는 배타적 경 제수역(EEZ)이 중첩되는 곳이다. 중국이 2013년 11월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 구역을 선포하였고, 우리나라 정부도 이에 대응하 여 2013년 12월 제주도 남단 이어도까지 확대한 새 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선포하였다.

우리정부는 이어도가 우리 영토에 근접해 있고, 실 질적인 점유를 통해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전략인 반면에, 중국은 해안선의 길이나 배후 인구 등을 고 려할 때 이어도의 관할권은 중국에 있다고 주장하 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이어도에 1995년부터 기 상관측과 해양자원 연구를 목적으로 ‘이어도 해양 과학기지’를 2003년에 완공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 국은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岩礁)’라고 부르면서 한 국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 영유권 분쟁은 어떻게?

이어도는 해저 4.5m 아래 있는 암초로 유엔 해양법 에도 암초는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해양법상 이어도가 특별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지만 한·일 어업협정이 이어도 주변해 역을 우리의 EEZ에 포함시키고 있는 등 우리가 실 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국 측 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해저는 우리나라 대륙붕이어서 관할권의 근 거가 된다. 따라서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은 우리에 게 있으며 이어도 주변 해역은 명백한 우리의 바다 인 것이다. 현재 이어도는 우리의 실효적 관할 아래 놓여있는 만큼 치밀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에 주목하는 것은 우리 문제와 별개가 아니기 때문 이다. 앞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어떻게 풀려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코노미뉴스 2016.08.10]

독도본부 2016.08.11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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