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재 재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이번 판결의 '최대 수혜자'는 당사국인 필리핀이 아니라 일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으로선 만일 센카쿠 문제가 국제재판에 회부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번 PCA 판결과 비슷한 논리로 자국에 유리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PCA는 12일(현지시간) 필리핀이 지난 2013년 제소한 중국과의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에 관한 중재 결과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남해9단선(南海九段線)'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중국은 국민당 정부 시절이던 1947년 공식 지도를 만들면서 남중국해에 가상 경계선 '11단선'을 설정했고, 1949년 출범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를 승계하면서 1953년 '11단선'을 '9단선'으로 변경한 새 지도를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남중국해 일대에서의 활동범위를 확대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한나라 시대 문헌과 명나라 시절 정화의 남해원정 기록 등을 '9단선' 설정의 근거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PCA는 이날 판결에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중일 양국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도 중국은 명나라 영락제 시기 문헌을 근거로 자국이 이곳을 가장 먼저 발견했고, 이때부터 계속 관할권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또 중국은 1895년 청일전쟁 패배 뒤 시모노세키(下關) 조약에 따라 대만과 그 부속도서 등을 일본에 할양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카이로 선언·포츠담 회담 등에 따라 일본이 전시(戰時) 강점했던 영토를 돌려받았다는 점을 센카쿠 열도 영유권의 근거로 제시한다. 대만의 부속도서인 센카쿠 열도가 당시 일본에 넘겨졌다가 중국에 반환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2차 대전' 이후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도 일단 중국이 '명나라 때부터 댜오위다오(센카쿠)를 관할해왔다'는 주장은 이번 PCA 판결에 단순 대입할 경우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 간의 독도 영유권 갈등 또한 PCA 등 국제재판에서 다뤄진다면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PCA가 이번 판결에서 필리핀 어민들의 남중국해 인근 조업권을 인정한 사실은 일본이 독도 강치(바다사자) 사냥 역사 등을 독도 영유권 주장에 활용하는 것과 겹쳐 보인다.
다만 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을 불법으로 못 박은 사실에 비춰볼 때, 필리핀해 오키노토리(沖ノ鳥)섬(중국명 충즈냐오(沖之鳥) 암초)에 방파제·헬기장 건설 등 보강공사를 하고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한 사실은 국제재판에 회부된다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은 오키노토리 주변 해역에서 대만과 조업권 분쟁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날 PCA 판결 직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판결에 대한 존중 의사를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모습.
기시다 외무상은 담화에서 "일본은 해양 분쟁 해결에서 '법의 지배'와 힘이나 위압이 아닌 '평화적 수단 사용'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당사국(중국과 필리핀)이 (PCA의) 이번 판단을 따름으로써 앞으로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독도를 무력을 동원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번 PCA 결정과 관련,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중재 등 법적 절차에 따른 영유권 분쟁 해결"에 관한 내용이 정상선언에 명기된 사실을 들어 "일본 정부는 앞으로 G7과 결속하는 동시에 베트남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도 협력해 '법의 지배'를 존중하라는 국제적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PCA의 이번 판결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항행의 자유' 등 법리적, 대외적 명분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1 2016-07-12]
독도본부 2016.07.21 www.dokdocenter.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