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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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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오륙도 지나 70분 일본 가서 점심 먹고 온다

부산 ↔ 대마도 당일치기

 

▲  일본 쓰시마의 최고 명소로 꼽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소우만 일대의 전경. 해발 176m의 야트막한 높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쾌한 전망을 보여준다. 아소우만 바다 위에 징검다리처럼 떠 있는 섬의 경관도 훌륭하지만, 숲으로 가득한 섬의 진초록색도 인상적이다.

유럽을 다녀올 때면 늘 부러웠던 것이 육로로 가볍게 국경을 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경계를 넘어 물 흐르듯 이어지는 길 위에 오를 때면 늘 생경했습니다. 국경의 높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례합니다. 반도 국가라 그렇지요. 값비싼 항공권과 비행시간에 공항대기 시간까지 합치면 다른 나라로 국경을 넘는 일은 여간해서 쉽잖습니다. 그런데 여름휴가의 목적지를 부산으로 정했다면 징검다리 딛듯 당일치기로 가볍게 이웃 일본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쓰시마(對馬)섬까지는 배로 1시간 10분. 해운대에서 부산역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거의 엇비슷합니다. 왕복 뱃삯도 특가 승선권을 잡으면 4만 원이 채 안 듭니다. 부산에서만큼은 국경이 문지방처럼 낮은 것이지요. 마천루 즐비한 부산의 도시여행과 더불어 쓰시마의 느긋한 자연여행을 함께 즐기는 코스를 잡아 당일치기로 쓰시마를 다녀왔습니다. 


▲  일본 쓰시마의 히타카쓰항에 정박한 대아고속해운의 오션플라워호. 부산에서 쓰시마까지 평일에는 하루 한 번, 주말에는 두 번 운항한다.

# 국경 단숨에…쓰시마 당일치기

이 여행이야말로 국경과 해외여행의 개념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그걸 무너뜨리는 건 다름 아닌 ‘시간’과 ‘비용’이다. 부산에서 일본 쓰시마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먼저 국경을 허무는 시간 얘기부터. 부산항에서 일본 쓰시마 북단의 히타카쓰(比田勝)항까지 거리는 고작 49.5㎞. 맑은 날 부산에서 쓰시마가 보인다는 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육로였다면 차로 시속 100㎞로 달리면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배를 탄다고 해도 1시간 10분 만에 쓰시마에 닿는다. 

이번에는 해외여행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비용 얘기. 당일 쓰시마를 다녀오는 왕복 승선권의 정상가는 15만 원. 그런데 수시로 나오는 가장 저렴한 특가 왕복 승선권이 3만9000원이다. 부산항의 면세점에서 국산 담배 한 보루를 면세가격으로 산다면 차액 2만 원으로 뱃삯의 절반쯤을 보전할 수 있다. 여기다가 면세점에서 몇 가지 물건을 더 짚는다면 일본 여행을 아예 공짜로 하는 셈이 된다.

일본 쓰시마로 가는 당일치기 여행은 외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일이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이제 얘깃거리도 안 된다. 쓰시마로 가는 일본 여행이 보편화된 데다, 젊은이들이 데이트 삼아 우동이나 초밥을 먹으러 당일치기로 일본을 다녀오는 건 예삿일이 됐다. 부호들의 방만한 소비를 풍자하는 농담처럼 여겨지는 ‘일본에 가서 점심 먹고 온다’는 게 부산에서는 실제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그것도 국내 연안 섬을 다녀오는 뱃삯인 4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말이다.

쓰시마 당일치기 여행을 기다렸다가 휴가철을 앞두고 소개하는 이유는 외지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행이 피서철에만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쓰시마로 가는 비용보다, 부산까지 왕복하는 KTX 요금이 훨씬 더 비싸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쟁 격화로 10만 원대 일본행 왕복 항공권이 드물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을 가겠다면 구태여 쓰시마 여행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부산으로의 휴가여행을 계획했다면 사정은 다르다. 부산 일대를 둘러보고 하루쯤 당일치기로 일본을 다녀올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쓰시마로 떠나는 짧은 여행의 매력도 나무랄 데 없지만, 그보다 국경을 가볍게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이 더욱 신선하니 말이다. 


# 자전거 싣고 일본 간다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날 대아고속해운의 인터넷사이트(www.daea.com)에서 쓰시마 히타카쓰를 왕복하는 오션플라워호 특가 승선권을 3만9000원에 예약했다. 운항 17주년을 기념해 제공하는 이벤트 티켓이었는데, 여름휴가 성수기인 7월 말에는 정가인 15만 원을 받았지만, 7월 중순 이전에는 3만9000원짜리 티켓이 적잖이 남아 있었다. 휴가철만 아니라면 저렴한 가격의 이벤트 티켓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 이용료는 창구에서 별도로 내야 했다. 쓰시마로 갈 때 부산항에서는 4000원, 부산으로 돌아올 때 히타카쓰항에서는 200엔을 받았다. 

부산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닿는 쓰시마의 항구는 두 군데다. 쓰시마의 지형은 두 개의 섬이 고구마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형상이다. 두 섬은 본래 연결돼 있었는데, 러일전쟁을 앞두고 일본군이 군사적 필요에 의해 윗섬과 아랫섬을 잇는 가는 목을 잘라 뱃길을 냈다. 육지를 잘라 만든 뱃길 위로 다시 다리를 놓아 길을 이었으니, 섬은 둘이면서 하나인 셈이다. 

두 섬 중에서 부산과 가까운 북쪽 섬의 끝이 히타카쓰항이고, 다리로 연결된 남쪽 섬 끝에 이즈하라(嚴原)항이 있다. 번화하고 유적지와 관광지가 많은 곳은 남쪽의 이즈하라. 그러나 부산항에서 이즈하라항까지는 배로 1시간 50분이 걸려 ‘당일치기’ 여행은 아무래도 무리다. 왕복 배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쓰시마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새로 문을 연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은 공항과 그다지 다를 게 없었다. 보안검색이나 출국 수속 과정은 공항과 똑같았다. 아무리 가깝다지만 여권은 필수. 터미널 대합실은 쓰시마나 후쿠오카(福岡)행 배를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다양한 구색을 갖춘 면세점에도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쓰시마로 간다면 짧은 여행일 텐데 어쩐 일인지 젊은 여성이 너나없이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있었다. 의문은 터미널 내 시내 면세품 인도 창구에서 풀렸다. 부산 시내 면세점에서 잔뜩 쇼핑한 면세품을, 출국수속을 마친 뒤 인도받아 가져간 가방에 가득 채웠다. 그래 봐야 되돌아올 때 철저하게 짐 검색을 하니 소소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쓰시마를 가까이 두고 있는 부산 사람들은 면세쇼핑의 특혜를 일상처럼 누리는 모양이었다. 

승객 중에서는 낚시꾼들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라이딩 복장을 갖춰 입고 자전거를 끌고 배를 타는 동호인도 적잖았다. 쓰시마의 한적한 해안도로와 숲길로 자전거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편도 1만 원. 왕복 2만 원의 뱃삯으로 제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진초록의 자연 속에서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으니 시도해볼 만하다. 

▲  에보시다케 전망대 아래의 와타즈미 신사 앞 바다에 세워진 도리이.

# 느긋하게 즐긴다…일본 어촌마을 산책

오션플라워호 2층 비즈니스석은 빈자리가 많았지만, 일반석 선실은 거의 만석이었다. 부산항을 출항한 배는 이내 오륙도를 끼고 바다 위를 미끄러졌다. 오륙도 등대 너머로 광안리와 해운대 쪽의 마천루들이 배경처럼 늘어섰다. 해운대 쪽에서 늘 보던 오륙도의 모습을 정반대 쪽에서 보는 느낌이 생소했다. 마천루를 뒤로하고 배는 대한해협을 미끄러졌다. 바다는 항해 내내 잔잔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연착했지만, 쓰시마까지는 그야말로 잠깐이었다. 부산이 멀어지자 이내 쓰시마가 보였다. 9시 30분에 출항한 오션플라워호는 10시 50분에 일본 쓰시마 히타카쓰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은 금방이었지만, 짐 검색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모두 까다로운 편이었다. 쉽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인지 양국 세관에서는 승객들에게 면세품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히타카쓰는 자그마한 마을이다. 여객선터미널 바로 앞에 버스터미널과 렌터카 업소가 있다. 버스터미널에서는 하루 4번 남쪽 이즈하라까지 버스가 운행한다. 제한 없이 타고 내릴 수 있는 1일 승차권 가격은 1000엔(약 1만1290원). 그러나 히타카쓰에서 이즈하라까지는 2시간 20분 남짓이 소요된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두 군데를 보는 건 무리다. 부산으로 돌아가는 배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적어도 출항 30분 전까지는 돌아와야 하니 섬 안에서 주어진 시간은 4시간 남짓이다. 렌터카 업소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해줬다. 하루 24시간 기준 1000엔을 받았다. 

함께 배를 타고 온 관광객 중 당일치기 여행을 온 이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빌리거나 도보로 미우다 해변을 찾아갔다. 쓰시마에 있는 5개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미우다해수욕장은 ‘일본 해수욕장 100선’에 들 만큼 훌륭한 해변을 갖고 있다. 해변 한가운데 작은 바위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해변에는 아담한 규모의 캠핑장도 있다. 인근에 한국식 기와를 지붕에 얹은 ‘한국전망대’가 있다. 맑은 날이면 부산의 해운대가 보인다는 곳이다. 이렇게 도보여행을 한 뒤에 초밥이나 우동 따위로 식사를 하고, 슈퍼에 들러 이것저것 먹거리를 사 들고 돌아가는 게 당일 여행의 모범코스였다.

그러나 쓰시마에서 바다 경관으로 겨루자면 미우다 해변보다 모기(茂木) 해변이 더 낫다. 모기 해변은 히타카쓰항 남쪽에 있는데, 대중교통이 닿지 않아 한국인 여행자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다.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탈 수밖에 없지만, 현지 주민들은 미우다 해변보다 이곳을 더 추천했다. 제법 긴 백사장이 펼쳐진 모기 해변은 해안의 기암도 빼어났고 남국의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물색도 더 인상적이었다. 

▲  히타카쓰항 남쪽의 모기 해변. 해안의 갯바위와 코발트빛 바다가 마치 남국의 휴양지를 연상케 한다.

# 아소우(淺茅)만 바다를 굽어보다 

섬 안에서 주어진 시간을 쪼개 써야 하니 렌터카를 빌리기로 했다. 렌터카 요금은 24시간 기준 경차가 5500엔(6만2000원), 콤팩트카는 6000엔(6만7700원)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내밀고 콤팩트카를 빌렸다. 목적지는 쓰시마의 최고 명소로 꼽히는 에보시다케(烏帽子岳) 전망대. 해발 176m에 불과한 전망대지만 쓰시마 안에서 최고의 경관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히타카쓰항에서 전망대까지는 차로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도로 폭이 좁아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는 데다 직선도로도 제한 최고 속도가 60㎞라 느릿느릿 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조바심이 나지 않았던 건 줄곧 도로를 끼고 따라오는 울창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 때문이었다. 산은 깊었고 아름드리 나무들로 이뤄진 숲은 짙었다. 짙은 숲 향을 뿜는 어둑한 숲에서는 신령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뱃길로 고작 1시간을 건너왔지만, 쓰시마의 자연 풍경은 부산과는 전혀 달랐다. 비로소 국경을 넘어왔다는 실감이 났다.

전망대로 오르는 차로는 좁고 가팔랐다. 산길을 차로 올라 길 끝의 주차장에 세우고 5분쯤 계단을 걸어 오르니 곧 전망대다. 바다와 섬의 경관이 360도의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아소우만의 바다 위에 진초록의 섬들이 마치 징검다리처럼 점점이 떠 있었다. 눈앞의 바다도 바다지만, 섬의 진초록 숲의 경관도 탄성이 터질 정도였다. 

에보시다케 전망대 바로 아래쪽에는 와타즈미(和多都美) 신사가 있다. 문 형상을 한 도리이(鳥居)가 바다 쪽에 세워져 있는데, 누군가 바다를 건너 그 문을 통해 걸어들어올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신사의 주차장에는 빨간 버스가 세워져 있다. 일종의 스낵카인 셈인데, 커피며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팔았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아쉽더라도 이쯤에서 되돌아가야 한다. 만제키(万關) 다리만 건너면 쓰시마 남쪽의 가장 큰 도시인 이즈하라가 있다. 그래 봐야 이즈하라도 가장 높은 빌딩이 5층짜리 쇼핑센터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이즈하라 시내에는 오랜 시간을 건너온 우리 역사의 흔적들이 유적으로 남아있다.

이즈하라에는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의병을 이끌다가 이곳 쓰시마에 감금돼 세상을 뜬 면암 최익현의 장례가 치러진 절집 슈젠지(修善寺)가 있고, 쓰시마에 당도한 조선통신사들이 묵어갔다는 사찰 세이잔지(西山寺)도 있다. 일본 귀족과 결혼한 고종의 딸 덕혜옹주가 1931년 쓰시마를 방문한 것을 기념해 한인들이 세웠다는 결혼봉축기념비도 이즈하라의 옛 성터에 남아있다. 최남단의 쓰쓰자키(豆酸崎)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대한해협과 쓰시마해협의 경계쯤인 이곳은 바위섬과 암초들이 늘어서 있는 거친 바다 너머 등대가 솟아있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당일치기의 짧은 일정 탓에 되돌아와야 했지만, 이틀쯤 쓰시마에서 머문다면 이런 것들을 다 들러볼 수 있다.

▲  부산 동구 초량동의 ‘초량 이바구길’의 168계단 옆에 새로 놓인 모노레일. 마치 건물 엘리베이터처럼 운행된다.


▲  부산 중구 부평동 깡통시장에서 상점 폐점시간에 맞춰 야시장 포장마차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다. 길거리 먹거리를 펼쳐놓은 야시장은 부산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 해운대와 초량동…두 도시 이야기

쓰시마의 히타카쓰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이 자연 경관을 만난다면, 부산에서는 도시관광의 매력을 십분 즐기는 게 좋겠다. 쓰시마는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이국적인 자연을 만나려는 부산 사람들의 짧은 해외 여행지이지만, 거꾸로 부산은 쓰시마 주민들이 도시의 화려함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쓰시마는 부산과의 거리가 50㎞가 채 안 되지만, 일본 본토의 규슈(九州) 하카타(博多)항과는 무려 138㎞나 떨어져 있어 쓰시마 사람들은 본토보다 부산을 더 자주 온다. 부산 사람들에게 쓰시마가 고즈넉한 섬 여행지라면, 쓰시마 사람들에게 부산은 프로야구가 보고 싶거나 도시의 휘황함을 즐기고 싶어 찾아오는 여행지인 셈이다.

부산에서 가장 도시적인 경관이라면, 마천루가 치솟은 해운대 일대다. 불빛으로 치장한 고층건물들의 야경이야말로 도시의 화려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해운대와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마찬가지로 도시적인 풍경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의 허리를 타고 오르는 길을 뜻하는 ‘산복도로’ 일대의 경관이다. 8·15해방과 6·25전쟁의 와중에 ‘땅끝 부산’으로 밀려든 피란민들은 수정동, 초량동, 영주동 일대의 산동네에 다닥다닥 판자촌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산 중턱의 판자촌 마을을 가로질러 5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길이 바로 산복도로다.

산복도로의 경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부산역 맞은편 초량동 일대의 ‘초량 이바구길’이다. 이 길에는 전란으로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궁핍했던 삶들이 눈물처럼 고여 있다. 1.5㎞의 그리 길지 않은 길에 일제강점기 부산항 개항을 시작으로 해방 후 피란민의 생활터였던 1950∼1960년대, 산업 부흥기였던 1970∼1980년대 부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산역 건너편에 자리한 부산 최초 물류창고인 남선창고 터에서 출발해 옛 백제병원 건물,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설치된 이바구 갤러리, 우물터, 168계단, 김민부 전망대, 당산, 망양로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부산 원도심 일대와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초량 산복도로 곳곳에 세워놓은 유치환 우체통, 마사코 전망대, 이바구 공작소 등을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맛도 각별하다. 168계단 옆의 주택가 사이에 지난해 새로 설치한 모노레일도 독특한 경관을 빚어낸다. 마천루로 가득한 해운대가 화려하되 차가운 미래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곳 산복도로는 남루했지만 따스했던 과거 도시의 기억의 공간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문화일보  2016.07.06]

독도본부 2016.07.11 www.dokd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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