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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도 대응법이 한심하다”

한국은 목청만 높이는‘행동파’일본은 매뉴얼로 움직이는‘이론파’



▲ 지난 2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 시민단체의 일본 다케시마의 날 규탄 기자회견.

며칠 전 한국의 한 공영방송이 ‘단독 보도'라는 걸 내세우며 일본 관련 뉴스를 전했다. 잔뜩 기대를 걸고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읽어 본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다. ‘단독'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울 정도로 ‘단독'이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내용도, 알맹이도 전혀 없는 ‘예년의 보도 내용'이었다.

문제의 공영방송 ‘단독 보도' 내용은 지난 2월 22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있었던 ‘다케시마(독도)의 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에 관한 것이었다. 이 공영방송의 도쿄 특파원이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내용을 살펴보자.

이 보도는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역사와 영토 분야 전문가들이 만든 보고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전제로,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와 관련해 만든 10개 항목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항목 중 첫 번째로 ‘제3국의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집중적으로 독도를 일본 영토 다케시마라고 홍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국내 여론과 교육 현장과 연대해 홍보를 강화하고, 한국이 독도를 무력으로 불법 점거했지만 일본은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는 점을 비교해서 홍보하라는 지침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보도는 “해결도 안 되는 영토 문제로 문제를 불러일으켰을 때 일본에 불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라는 동북아역사재단 박사의 코멘트도 곁들였다. 일본에 어떤 면이 불이익이 되는지도 불분명한 코멘트다.

일본에 오래 살다 보면 종종 소름이 쫙 끼칠 때가 있다. 일본의 국민성을 확인할 때다. 특히 한·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역사 문제나 정치 문제가 불거질 때 더욱 그러하다. 내가 소름이 돋는 결정적 순간은 일본의 그 어떤 확고한 흐름을 확인했을 때다.

좋고 나쁘고 관계없이 뭔가 하나가 결정되면 수십 년이든 수백 년이든 어느 한 순간 단절 없이 파고드는 집요함, 거기에 공포감마저 느끼게 하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의 일본인을 볼 때면 누가 협박한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 무서워서 소름이 쫙 돋는다.

지난 2월 22일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10주년 행사를 두고 한·일 양국이 벌인 심리전과 여론전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올해도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의 날'과 관련해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행보는 없었다.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아베 총리와 여러 장관을 초대한 것에 대해 아베 정부가 차관급의 마쓰모토 요헤이 정무관을 파견한 것도 지난해와 똑같은 수준이었고, 우익 성향의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다”라고 외친 것도 변함이 없었다.

또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2월 23일, 2012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격상시키겠다고 한 공약에 대해서 “제반 정세를 토대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도 지난해와 동일했다. 일본 정부가 시마네현 행사에 정무관을 파견했다고 항의한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 측 항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스가 관방장관이 일축한 것도 여전히 3년째 되풀이되는 연례적 멘트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국의 태도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 한국 언론은 한때 유행했던 개그맨 컬투의 “그때그때 달라요”처럼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독도 관련 대응책도 달라지고 말도 달라졌다.

일본 정부의 독도 정책을 능가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 어디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뻔한 얘기로 목청만 높여왔다. 반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 정부, 즉 일본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정한 ‘마이웨이'를 가고 있을 뿐이다.

1980년대 일본의 경제가 정점에 있을 때 일본은 이미 독도에 대한 매뉴얼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당시 일본 문부성은 산하기관을 시켜 한·일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독도에 대한 내용을 발췌, 비교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비단 독도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역사 문제를 총망라해서 발췌하고 분석했다.

이렇게 발췌된 양국의 문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한국어와 일본어 백서로 동시에 발간됐다. 이 백서는 일본 내각의 외무성·문부성 등 한국과 관련된 부서에 골고루 배포됐고 훗날 이 백서를 토대로 한국 교과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같은 프로그램이 3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매년 일본 정부 산하기관에서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서 발간만 생략될 뿐이다.

매년 한국 역사 교과서에 대해 꼼꼼히 체크를 하고 일본 정부는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나는 이런 걸 목도할 때 실체가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그저 체감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일본인의 치밀함과 집요함과 지속성이 내심 무섭다. 30여년 전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이 아직도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내용의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런 공포감을 자아낸다. 그것도 한국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일본인을 상대로 이웃 파트너로서 교류를 해야 하고, 때론 대결을 뛰어 넘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움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린?” 앞에서 말한 공영방송의 도쿄 특파원발 ‘단독 보도' 내용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 나중에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 바로 이 같은 연유에서다.

‘단독'이라고 큰소리치며 “끝없는 도발, 일 독도 프로젝트 가동”이라는 타이틀 아래 보도한 내용은 어처구니없게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그야말로 메인 매뉴얼에도 끼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30여년 전에도 거의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공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민간 단체에도 연례 행사로 보냈던 내용이다.

그런데 한국의 공영방송은 새삼 아베 정부가 엄청난 큰 프로젝트를 새롭게 만들어 실행한 양, 호들갑스럽게 ‘도발'이라는 극단적 단어를 동원해가며 보도했다. 이렇게 과대포장해 한국인을 자극하는 이유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실제로 각 공기관에 배포된 비공개 독도 홍보 매뉴얼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홍보해야 할 대상과 기관이 적나라하게 기술돼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어떻게 연계해 해당 기관과 대상자들에게 표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홍보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

가령 한국인의 경우 친일 성향의 인물과 기관, 그리고 반일 성향의 유명 인사들을 분류해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런 다음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에 의해 대상 인물의 직업과 성향에 맞는 구체적인 전략을 짜서 한국 관련 대응 매뉴얼로 편집해 각 기관에 배포한다.

지난해 가수 이승철이 하네다공항에서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고 강제출국당한 것도 이 같은 매뉴얼대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이승철이 독도에서 일본을 향해 시위하듯이 공연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월 22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 

이승철은 한국에서는 스타급에 속하는 중견가수지만 일본에서는 ‘한류스타'라고 하기에는 인지도나 인기, 영향력 면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당국은 이승철을 겨냥했다. 과거에 10회 이상 일본을 드나들고 공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일본 당국은 이승철의 입국 거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고 침묵했다. 이 역시 계획했던 프로그램대로다. 일본 당국이 이승철을 선택해 강제출국조치를 취한 것은 계산된 전략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승철은 과거에 마약을 해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다. 바로 이것을 역이용한 것이다. 일본에 미치는 피해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한류스타에 대해 그런 조치를 했을 경우 일본 내에서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에 일본 내 영향력이 가장 적은, 마약 전력이 있는 이승철을 겨냥해 건드린 것이다. 실제로 일본 당국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안 한·일 양국 언론에서는, 이미 까마득히 잊어버린 이승철의 마약 전력 때문에 입국이 거부된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독도 공연에 대한 보복이라는 기사는 주로 한국에서 나왔다. 결국 일본 당국의 계산대로 양국의 언론들이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준 것이다. 때문에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이승철만 애꿎게 과거의 잘못으로 양국에서 망신만 당한 꼴이 됐다.

반면 일본 당국은 이승철을 통해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 확실한 효과를 얻었다. 그것은 한류스타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후 일본에서 영향력이 큰 한류스타들은 거의 대부분 한·일 역사 문제만 나오면 몸을 사렸다. 심지어 일본을 나쁘게 그리는 드라마 출연조차 보이콧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보복이 취해질지 잘 알기 때문에 알아서 자제하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은 어느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에 관한 한 모든 분야를 총망라해서 치밀한 전략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 같은 매뉴얼을 만드는 곳은 공식적으로는 민간단체지만 좀 더 파고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정부 산하기관이다.

때문에 예산액이 좀처럼 깎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정책자금 또한 대단히 풍부하다. 그렇지만 이런 매뉴얼은 일본 정부의 ‘공작'에 가까운 정책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실행도 당사자들이 전혀 눈치를 못 채게 행사를 가장한 파티 성격의 맨투맨 홍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 또한 상당하다고 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도 해당된다. 일본 외무성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독도에 대한 홍보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한·일 양국인을 배제한 제3국인이 보면 보면 일본 정부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이 들 만큼 일본 측 입장에 유리한 자료를 토대로 대단히 설득력 있게 교묘히 정리해 놓았다.

일본 외의 제3국에 대한 홍보도 마찬가지다. 앞의 공영방송 보도 내용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아니다.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일본은 1965년 한·일 국교가 수립된 직후부터 한국 관련 문제에 대해 치밀하게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해 왔다.

반면 한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절대로 바꾸지 말아야 할 역사 문제까지 수시로 바꾸었고 종국에는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돼 작금의 최악의 한·일 관계를 낳고 말았다. 여기에서는 한국 언론 또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지난 2월 22일 시마네현에서 있었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해 조·중·동을 포함한 메이저 언론사들, 그리고 앞의 공영방송 특파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자국민 감정을 부추기는 기사만 썼지,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적나라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 땅인 독도를 왜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지, 그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자료가 무엇인지, 또한 그 자료들이 과연 얼마만큼 사료적 가치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분석해 보는 보도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독도 사이트나 시마네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극우 성향의 학자나 시민단체들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우기는지 아주 자세하게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에 관련된 다른 사이트 주소까지 링크를 해놓아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따라서 취재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왜 한국 언론은 이 같은 자료와 인물들을 찾아가 한국 자료와 비교해 어디가 다른지, 어느 쪽 자료가 역사적으로 더 사료 가치가 있는지를 보도하지 않는지 정말 이해불가다.

시마네현의 10년째 계속되는 ‘다케시마의 날'에 대해 한국 언론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도조차 추구하지 않았다. 매년 시마네현 현지에만 가면 뭘 하겠는가. 목청 큰 우익들의 목소리만 전달하기 바쁘다. 정작 일반 시민들이나 그 지역 역사학자와 독도 전문가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들이 소장한 자료를 소개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2일자 아사히신문을 보면 ‘영토 문제(독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으로 한·일 양국의 독도에 대한 교육 방식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한국은 초등학생들의 독도 현지 방문과정을, 일본은 시마네현의 한 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아사히신문의 양국 기사 내용이 묘하게도 두 나라 국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측 내용은 서울에 있는 ‘독도체험관'에서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한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매년 10시간의 독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견학도 그 일환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 측 보도 내용은 시마네현의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공개수업을 소개했다. 독도에 대한 공개수업이었다.

시마네현은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초·중·고교의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술했다. 기사에서 한 중학교의 교감은 “한국의 아이들이 (독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배우느냐를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역사적 사실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대화로 납득시킬 수가 없다”고 한국 역사 교과서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이날 소개된 공개수업은 “한국이 불법점유하고 있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주장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연장선으로 시마네현의 초·중학교 부교재에 한국 역사 교과서의 독도 부분 기술을 게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독도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은 행동으로, 일본은 이론으로 독도 교육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보도 하나를 보더라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듯 일본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교육 일선에서까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白戰不殆)'의 방식으로 독도에 대한 대응책을 차근차근 마련해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국민 정서만 자극하는 감정적 소모전에 치중할 것인가. 비록 독도를 포함 역사 문제에서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본이지만, 일본 언론과 시마네현의 이론적인 무장 교육 방식은 우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주간조선  2015.03.09 /유재순 JP뉴스 대표]

독도본부 2015.03.10 www.dokdo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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