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해역' 독도 바다가 죽어간다
바다와 사막.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바다의 사막화’란 역설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해·동해안과 제주도 주변의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갯녹음현상’을 수식하는 말이다.
‘백화(白化·whitening event)현상’ 이라고도 불리는 갯녹음현상은 연안 암반 위가 무절산호(마디가 없는 산호초 모양의 홍조류) 조류가 우윳빛을 띄는 석회질로 변해 암초지대에 달라붙어 바위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갯녹음이 생기면 바다가 사막화 돼 풀, 나무 한 포기 보기 어려우며 전복, 성게 등 어패류와 해조류가 살기 어렵다.
청정해역으로 알려졌던 독도 연안이 왜 이렇게 급격히 사막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영남대 해양과학연구센터 김미경 박사 등 3명의 연구팀은 독도에서 지난 99년 3차례, 지난해 6~8월 2차례에 걸쳐 독도 연안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연안의 암반 위는 대부분 우윳빛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박사 팀은 이 같은 원인을 환경오염보다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수온 상승이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주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상승- 온실효과로 인한 수온의 상승과 수중으로 이산화탄소의 유입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바닷물 속의 칼슘이온이 고체인 석회질, 즉 탄산칼슘으로 바뀌면서 이를 섭취해 살아가는 무절산호조류가 잘 자라게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수온변화(1968~2002년) 연구에 따르면 동해의 표면수온은 연평균 0.022도씩 33년 동안 0.72~1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바닷물의 온도는 매우 안정적이므로 1도 정도 변하면, 육지에서는 10도 이상 변한 것과 비슷한 영향을 준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독도연안 생태계 변화- 독도는 울릉도에서 92km, 포항에서 267km 떨어진 우리나라 최 동단에 위치한 신비의 섬이다.
지난 60년대 독도 해조류 연구가 학계에서 처음 보고돼 식물상의 신비가 풀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연구 결과 해조류의 종수가 급격히 감소됐다고 학계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울릉도와 함께 해수온의 상승과 남쪽의 열대성 해류의 북상이나 지구 온난화에 의해 수환경의 변화에 의한 갯녹음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 박사 팀은 독도연안에서 발견된 해조류의 총수는 45종이었고, 그 가운데 녹조류 11%, 갈조류 29%, 홍조류 69%로 홍조류의 분포가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9년 독도보존협회가 발견한 89종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들로 인한 오염도 한몫- 사람들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도 독도 연안 갯녹음화에 어느 정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독도는 연안이 경사가 가파란 암반이 해수면에 연결돼 있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어민들의 잦은 출·입항과 독도 경비대원들의 생필품 운반을 위한 선박 왕래, 선박에서 나오는 오·폐수와 기름 유출, 경비대원들의 생활 오수,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쓰레기 등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박사 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지 3곳 중에서 동도와 서도 사이, 선착장이 인접한 지점이 특히 갯녹음현상이 심했다. 즉 지구온난화란 자연요인과 인위적인 환경오염까지 겹쳐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 독도에서 문제가 되는 갯녹음현상의 원인이 되는 해수의 상승요인을 해결 할 수는 없지만 동도에서 방류되는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정화시설을 설치거나 입도 인원을 최대한 제한하고, 독도인근 해역에 접근하는 어업 선박에서 유출되는 기름 및 오·폐수를 최대한 줄인다면 독도 연안의 자생력으로 바다생태계가 어느 정도 잘 복원되리라고 본다.
김미경(영남대학교 해양과학연구센터)박사는 “정부와 경북도가 수자원을 증대시키기 위해 해중림 조성이라는 인위적인 접근 방식은 오히려 생태계를 위협하게 된다”며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자생적인 연안 생태계 보존 방법을 강구하면서 독도에 대한 학술조사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열기자 leejy@kbmaeil.com 2004.6.23. 경북매일
